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용면적 77㎡(31평)형 가격이 8억원 밑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거래된 동형 물건 매매가는 7억9,000만원이었다. 이 아파트 가격이 8억원 밑으로 떨어진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7억5,000만원을 기록한 이래 3년 만이며, 그 수준은 2006년 말 최고 실거래가 11억6,000만원 대비 35% 정도 하락한 것이다.
거주민들과 부동산업자들은 서울시를 원망하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고 수능이 쉬워져 수요까지 줄어든 판에 박원순 시장 취임 후 나온 재건축 규제가 직격탄이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건축 수요에 의존해 가격을 지탱해 나가는 것도 한계가 있는 만큼, 이젠 부동산 가격 하락 장기화 가능성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가계 충격을 최소화할 방안을 가다듬는 게 필요해 보인다.
은마아파트를 제외하더라도 국내 부동산, 특히 집값은 전반적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후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그 해 12월부터 98년 11월까지 12개월 간 약 22% 급락했다. 반면 2009년 12월 시작된 이번 하락세에 따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최근까지 4.1% 떨어지는 데 그쳤다. 하지만 하락세 지속기간은 당시보다 훨씬 길어 적어도 내년까지 이어지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을 끼고 집을 장만한 서민 가계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칠 변수는 실물경기와 금리의 향방이다. 그런데 국내외 실물경기는 최근 중국까지 연간 성장 목표치를 7.5%로 낮출 정도로 불확실하다. 유럽 재정위기와 유가 급등 조짐 등 악재의 터널을 벗어나기가 여의치 않아 보인다. 금리 역시 어제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9개월째 동결됐지만, 점차 인상을 촉구하는 주장이 많아지면서 장기적으론 상승압력이 작용하고 있다. 대출이자를 물고 있는 가계로서는 상황 악화에 대비해 부동산 매각을 면밀히 저울질하면서 부채를 최소화할 수 있게 가계 구조조정을 모색하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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