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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나주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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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나주 배

입력
2012.03.0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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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하면 나주다. 나주배 재배는 삼한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최초 기록은 1454년 편찬된 의 나주목 토공물 목록이다. 1871년 발간된 에는 진상품으로 나주배 기록이 있다. 그러나 오늘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일제 강점기로, 1906년 일본서 도입된 만삼길 종이 근대 나주배의 시작이다. 이후 일인들이 신고, 금촌추, 장십랑 등 개발종을 들여와 재배면적을 늘렸고, 1929년 조선박람회에 출품된 나주배가 동상을 수상하면서 나주의 명물로 떠올랐다.

■ 나주 지역은 배 재배에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췄다. 연평균 기온과 생육기인 4~10월의 기온, 일평균기온 섭씨 10도 이상의 일수, 연강수량 등의 기후와 양토ㆍ사양토 등으로 구성된 토질이 배 생육에 최적이다. 이런 자연환경과 오랫동안 축적된 재배기술이 물 많고 단맛과 향, 아삭아삭한 식감이 뛰어난 나주배의 비밀이다. 나주배 맛은 해외에도 알려져 1967년 동남아에 처음 수출한 뒤, 미국 캐나다 유럽 등지로 수출시장을 넓혀왔다.

■ 그러나 일본 수출은 힘들었다. 검역 등 비관세 장벽에, 일본인들이 맛이 비슷한 자국산을 놓아두고 한국 배를 찾을 이유가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올 1월부터 일본 대형 슈퍼마켓에서 나주산 신고 배 등 한국산 배가 팔리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농산물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일본 소비자들이 일본 배와 맛이 비슷하고 안전한 한국 배를 찾게 된 것이다. 특수 상황이긴 하지만 근대 나주 배의 역사에 비춰 일본에 배 역수출은 뜻이 깊다.

■ 한국산 배의 일본 역수출에는 나주시 등 지자체의 노력도 컸다. 까다로운 검역을 통과하기 위한 품질 관리와 수출전문단지 육성, 판촉행사 등을 지속적으로 해온 노력이 효과를 봤다. 최근 배뿐만 아니라 사과, 파프리카, 딸기, 버섯, 단감 등 우리 농산물 수출이 지자체들의 노력으로 크게 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2월 농림수산식품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6%나 늘었다. FTA시대 농어촌의 희망은 여기서 찾아야 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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