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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승부조작의 뿌리를 뽑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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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승부조작의 뿌리를 뽑아라

입력
2012.03.0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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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프로배구에서 시작된 승부조작 파문으로 프로 스포츠계가 어수선하다. 특히 700만 관중을 목표로 야심차게 올 시즌을 맞으려던 프로야구는 승부조작 파문의 확산 여부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경기 룰 등 복잡한 변수 때문에 승부조작의 성역으로 여겨져 왔던 프로야구에서조차 승부조작(또는 경기조작)이 사실로 드러나자 프로야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팬들과 당사자들인 선수나 구단 관계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느끼는 시각 사이에는 온도 차가 있는 것 같다. 승부조작의 당사자들이 보여준 이중적이고 뻔뻔스러운 행태는 팬들의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지난 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파문이 불거졌을 때 소문에 오르내렸던 최성국은 한사코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프로축구연맹이 마련한 워크숍에서도 언론을 상대로 당당하게 '결백하다'고 큰 소리쳤다. 결과는 사법처리 대상에 올랐고, 영구 제명됐다.

이번에 보여준 LG 박현준의 행태도 프로야구를 두 번 죽게 만들었다. 승부조작 혐의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릴 때만 해도 한사코 그런 일이 없다고 맹세했던 박현준은 검찰 조사에 응하기 위해 조기 귀국하는 공항에서도 웃는 얼굴로 부인을 거듭했다. 그러나 박현준은 검찰에서 혐의 사실을 일부 시인해 팬들의 분노를 샀다.

걱정되는 것은 당사자들이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성국은 최근 마케도니아에 진출해 데뷔전까지 치렀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틈새를 이용해 자숙 기간도 거치지 않은 채 해외무대 진출을 시도했다는 것은 팬들을 무시한 행태다.

더욱이 한 때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모 선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최성국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남겨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모 선수는 트위터를 통해 "최성국 파이팅이다. 한번이라도 죄를 짓지 않았거나 거짓말 하지 않았다면 성국이를 비판해도 좋다. (중략)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나도 그 상황이었다면 실수하지 않았다고 장담 못한다"고 올려 놓았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삭제했다. 모 선수의 사례는 현재 프로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이 얼마나 도덕 불감증에 빠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소속 선수들에게 예방 교육을 하거나 인성 교육을 해야 할 구단들의 대응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번에 프로야구 승부조작에 2명이 연루된 LG 구단은 해당 선수들을 퇴출시키며 KBO에 영구제명을 청원했다.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이다. 문제된 선수들을 퇴출시키면 구단은 책임에 대한 면죄부라도 받는 것인가. 한심한 처사다. 당연히 사법처리되면 퇴출이 되고 영구제명이 되는 것은 수순이다. 그런데 미봉책으로 해당 선수들을 퇴출시킨 뒤 나 몰라라 한다면 참으로 일방적이고도 편의적인 발상이다.

KBO의 대응도 그렇다. 국내 최고 인기 종목인 프로야구가 승부조작에 연루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자리에 왜 총재가 나오지 않고 사무총장이 나와 머리를 숙이는가. 프로야구 최대의 악재를 만났다면 당연히 총재가 나서서 사태 수습을 하고 근절 방안을 마련하는데 앞장서야 했다. 그러면서도 이번에 드러난 '첫 회 볼넷' 등은 승부를 뒤집는 사안이 아니므로 경기조작이라고 표현해달라는 요구는 사태의 파장을 모르는 아전인수식 대처법이다. 승부조작이든 경기조작이든 신성한 스포츠맨십이 자리해야 할 스포츠에 인위적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은 관계자들이 모두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일이다.

20대 초반의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연루된 것을 보면 그들이 학원 스포츠부터 인성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선수, 지도자, 부모 등 모두가 승부조작 파문의 공동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앞으로 더 이상의 승부조작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차제에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 선수와 팬 사이의 신뢰가 회복돼야 그라운드의 감동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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