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1월초 전격 도입된 각 부처별 '물가안정 책임관' 제도가 시행 2달여를 맞았다. "자리를 걸고 물가를 잡으라"는 엄명에도 불구 책임관들의 성적표는 아직 초라하기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요즘은 물가의 최대 복병으로 떠오른 국제유가의 움직임만 쳐다보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7일 관계 부처들에 따르면 지난 1월(3.4%)과 2월(3.1%)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4%대 고공행진에 비하면 외견상 호전됐다. 기획재정부 성창훈 물가정책과장은 "(책임관제가)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책임관들이 맡고 있는 요주의 품목들의 체감물가는 지표와 영 딴판이다. 2월 쌀값은 1년 전보다 17.6%나 급등해 담당인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의 애를 태우고 있다. 배추, 고추, 마늘 등 식재료 담당인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아예 고개를 못 들고 다니는 형편이다. 작년 배추파동 때만큼은 아니지만 1㎏ 중품 월동 배추는 한 달 전 348원에서 740원(6일 기준)으로 값이 두 배 이상 뛰었다. 붉은 고추(10㎏ 중품)는 최근 일주일 만에 50% 이상, 1년 전보다는 2배나 올랐다. 대응이 어려운 이상한파 탓이 크다지만 '수급을 미리 조절해 물가불안 소지를 예방한다'는 책임관제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지방공공요금 담당인 행정안전부 차관보는 서울시로부터 치명타를 맞았다. 전방위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5일부터 150원씩 인상을 강행한 서울시 교통요금이 3월 물가부터 본격 반영되기 때문이다. 인상시기를 미룬 각종 공공요금은 4월 총선 이후 줄줄이 오를 기세여서 물가에 시한폭탄 역할을 하고 있다. 1년 전보다 6%나 치솟으며 9년여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인 2월 전세금 상승률은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의 안색을 어둡게 하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딱한 처지는 동료 책임관들 마저 동정과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기름값 담당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이다. 올 들어 국내 휘발유값은 8주 연속 상승해 지난주 ℓ당 2,003.98원까지 치솟으며 올 물가의 최대 위협요소로 자리를 굳혔다. "알뜰주유소 도입으로 작년 평균 ℓ당 154원이던 주요소ㆍ정유사의 마진이 올 들어 131원(2월 마지막주 현재)까지 떨어졌다"는 해명은 폭발 직전인 소비자 불만에 묻혀 전달되지 않고 있다.
물가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재정부 주형환 차관보는 "정부로선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날씨, 국제유가, 유럽위기 등 통제가 힘든 변수가 한꺼번에 들썩거리는 바람에 요즘은 늘 하늘에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낸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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