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을 신격화하는 태국에서 왕실 관련 발언을 한 스무살 여대생이 징역 15년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였다. 지금까지 왕실모독죄로 처벌받은 사람 중 최연소라, 태국 정부의 지나친 '왕실사랑'이 또 한번 논란이 되고 있다.
방콕 탐마쌋대학에 다니는 캔툽은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강의 후 친구들과 커피를 홀짝이는 평범한 대학생. 그러나 2010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왕실 비판 글을 올린 것을 계기로 더 이상 평범한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게시글은 올린 즉시 누군가에 의해 삭제돼 정확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으나 캔툽의 주장에 따르면 글의 내용은 "(왕실을 폄하한 것이 아니라) 의견을 피력한 것뿐"이며 "원문이 왜곡된 상태에서" 정부 당국으로 전달됐다. 그러나 그때부터 캔툽은 위험인물로 분류돼 경찰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경찰은 캔툽을 "15년 형에 처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한편 지난달 11일로 예정된 재판 일정을 추가 증거를 수집하겠다며 무기한 연기했다.
푸미폰 아둔야뎃(84) 국왕에 대한 태국인의 맹목적 찬양은 신앙에 가깝다. 6,900만 국민은 매일 오전 8시와 오후 6시, 국가가 울려 퍼지면 자리에서 일어나 국왕과 왕실에 경외심을 표현해야 한다. 태국 정부는 왕실모독죄를 엄격하게 다스려 유죄로 판명될 경우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최고 15년 형에 처한다. 왕실 모독 글에 동의하는 댓글을 다는 것도 처벌대상이 된다.
이처럼 왕실모독에 대한 태국 정부의 지나친 대응으로 인해 안팎으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왕실모독죄를 악용해 언론 자유를 파괴하고 지배계급의 권력을 유지한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것이다. 논란의 주인공인 캔툽도 "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나에 대한 처벌이 상징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이 일이 변화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생각하니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죄로 나와도 국왕사면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 죄는 오로지 생각할 자유를 누린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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