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유튜브에 올라온 갓난 아기 동영상이 네티즌 사이에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오렌지색 원피스를 입은 두 갓난 아기가 마주본 채 상대를 향해 알아들을 수 없는 옹알이를 하고 있고, 여기에 아기들의 말을 해석한 자막이 덧붙여졌다. "나 오늘 오렌지색으로 깔맞춤 했어~""난 곰돌이 모자로 야성미를 더해 봤어 어때?"
익살스런 아기들의 모습에 재치 있는 통역까지 더해지자 '귀엽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조회수는 순식간에 11만 건을 넘었다. 영상 제목은 '하기스 옹알이 통역기'. 기저귀 브랜드 하기스에서 지난해 말 갓난 아이를 둔 어머니들을 상대로 진행한 온라인 마케팅 행사의 일환이었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블로그는 물론이고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과는 차이가 있다.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는 재미있는 영상이나 이미지를 올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퍼나르며 제품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만든다.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이다. '바이러스처럼 순식간에 퍼진다'는 뜻으로 붙여졌다.
맥도날드도 지난 1월부터 이 같은 마케팅 기법으로 빅히트를 치고 있다. 자사의 '빅맥송 광고' 전용 홈페이지를 만들어 국내 소비자들 보내온 동영상 가운데 재미있는 것을 골라 내보내고 있는데, 이 중 빅맥버거를 만드는 과정이 담긴 가사와 흥겨운 멜로디의 동영상이 금새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어 해외에서도 참가자가 나올 정도다.
바이럴 마케팅이 각광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온라인 환경을 충분히 활용해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어 올리거나 특정 프로그램으로 애니매이션을 그리는 등 제작도 쉽고 퍼나르기도 용이하다.
특히 노골적인 상품 광고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적다. 다시 말해 의심 많고 똑똑한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것 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을 쓰기에 안성맞춤인 것이다.
올 6월 칸 국제광고제에 출품되는 새우깡의 인터넷 광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동영상은 잠을 자려는 아이가 새우깡 먹는 소리에 깼다가 다시 잠드는 장면을 반복하며 소비자의 모성을 자극, 큰 인기를 끌었다.
농심 관계자는 "아이를 키우며 한번쯤은 접해 봤을 만한 장면인데다 과자 먹는 소리와 아이의 웃음이 매칭돼 긍정적 이미지를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투자 대비 효과가 매우 높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한마디로 제작비가 매우 싸다. 지난해 9월 포털에 올라와 한 달 만에 조회수 10만 건을 기록한 '이마트UCC(사용자가 만든 콘텐츠)'는 직원들이 이마트에서 장내 방송이 멈추자 스스로 물건을 두드려 음악을 이어가는 내용. 4분짜리 동영상 제작에 들어간 돈은 불과 500여 만원. 보통 광고 한 편을 찍으려면 많게는 수억 원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거저나 다름없다.
업체 마케팅 관계자는 "최근에는 소비자가 만든 UCC를 활용한 광고가 늘고 있어 사실상 무료로 CF를 제작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바이럴 마케팅은 기존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인 광고에서 벗어나 소비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며 "앞으로 SNS는 물론 QR코드, 모바일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 같은 마케팅이 폭넓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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