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천적곤충 산업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생산에 필수적인 천적곤충 산업을 키우기 위해 선진국들간 경쟁이 치열한가운데 자금력이 취약한 국내 민간사업자는 물론 정부까지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천적곤충 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2015년 12조5,300억원, 2020년 15조7,3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6일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천적곤충 산업 시장규모는 2009년 230억원에서 2015년 300억원으로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2015년 1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천적곤충 산업 시장규모의 1%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점유율이다.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선진국들은 이미 천적곤충 산업을 키우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농약과 화학비료 대신 천적곤충을 이용해 작물을 재배하는 유기농법의 시장성이 밝기 때문이다.
더욱이 천적곤충은 부가가치도 높다. 딸기와 수박 등에 치명적 해를 입히는 점박이응애를 잡아먹는 몸길이 1mm의 칠레이리응애의 경우 손바닥만한 크기의 용기에만 담아도 100만원을 받는다. 이 때문에 시설원예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다양한 천적곤충 개발에 나서는 한편, 작목 생산 과정에서 천적곤충 비율을 높이는 데 주력해왔다.
미국은 관련 법까지 만들어 천적곤충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고, 현재 100여개 생산업체가 150여종의 천적곤충을 개발 중이다. 네덜란드는 1991년부터 10년간 프랑스와 손잡고 천적곤충 개발에 집중 투자, 고도의 해충방제 기술을 보유했다. 이를 바탕으로 네덜란드는 토마토와 오이 재배 과정에서 천적곤충 사용 비율이 90%를 넘고 파프리카는 100%에 달한다.
반면 국내서도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지만, 아직 시장규모가 작다 보니 민간 업체들이 천적곤충 산업 진출을 꺼리는 분위기다. 국내 친환경농산물 중 유기농산물 인증 생산량은 2002년 2만1,000톤에서 2010년 12만2,000톤으로 늘어난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가 천적곤충 산업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도 한때 천적곤충 사업을 벌이긴 했으나, 1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바람에 장기적인 효과로 연결되지 못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05년 농지 2,500만㎡를 대상으로 농민들이 비용의 절반만 부담하고 민간업체에서 공급받은 천적곤충을 작목 재배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생물학적 병해충 방제사업'을 시행했다. 그 결과 딸기 등 9개 시설원예 작목을 대상으로 천적곤충을 활용한 친환경 재배가 이뤄졌고, 딸기와 토마토는 천적곤충 활용 비율이 50%대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2010년 농식품부는 '단순 투자성 예산사업'을 없애라는 정부 권고에 따라 천적곤충 사업을 폐지했다. 이후 관련 사업에서 아예 손을 뗐고, 작목별 천적곤충 사용 비율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농식품부가 2010년 8월 '곤충산업 육성의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에 들어갔지만, 시장성이 큰 천적곤충보다는 애완곤충과 축제곤충 산업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정책 방향을 잘못 설정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시장규모로 보면 애완곤충과 축제곤충 산업은 이미 포화 상태지만, 천적곤충 산업은 급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천적곤충이 없으면 외국에서 수입해야 돼 '천적곤충 주권'을 상실할 우려가 크며, 수입된 천적곤충이 국내 토양과 맞지 않아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농협경제연구소 김태성 수석연구원은 "천적곤충 산업은 세계 각국이 주목하는 미래 곤충산업의 블루오션"이라며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천적곤충 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해 미래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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