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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곤 칼럼] K팝 열풍 언제까지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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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곤 칼럼] K팝 열풍 언제까지 불까

입력
2012.03.0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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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문화계의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은 단연 'K팝'이다. 일본 오리콘 차트 1위의 소녀시대, 미국 아이튠즈 차트 7위로 입성한 빅뱅 등 세계 각국을 누비는 아이돌 가수들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K팝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어, 패션, 음식, 성형수술, 관광 등 한국에서 제공되는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이제 K팝을 비롯한 TV드라마나 영화 등의 한류열풍은 단순히 문화 현상의 의미를 넘어 국가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는 산파 역할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영국 BBC 방송에서 유럽의 한류열풍을 집중 보도하면서 "한국의 국가브랜드가 대기업, 재벌에서 대중가요, 영화 등 문화 중심의 한류로 옮겨가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한류열풍에 도전하는 역풍도 만만치 않게 불고 있다.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한국의 일방적인 문화수출을 경계하는 여론과 함께 '반한류' 또는 '염한류' 정서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정서는 각국의 민족주의자나 극우세력과 결합돼 심각한 도전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며칠 전부터 K팝 문화에 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요소가 깔려 있다고 비판하는 글이 해외 인터넷에 올라 전 세계로 논란이 번지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현상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또 지나친 상업성에 대한 불만도 높아져서 인기자체에도 불안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 난 기획사들이 완성도가 떨어지는 K팝 공연을 무리하게 공급하면서 신뢰도가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K팝과 한류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금의 K팝 열풍은 아이돌 그룹의 댄스음악이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아이돌 가수 외에 폭넓은 연령층의 가수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한복, 한식, 국악 등 전통 문화와의 접목을 통해 다양성을 확대하고 문학, 동양철학, 클래식 등 순수문화와의 연계도 필요하다. 그와 함께 일방적 돈벌이의 수단으로 대상국의 팬들을 대하는 태도는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세계시민의 넓은 안목으로 한류를 통해 그들의 삶과 문화발전에 기여한다는 자세를 확고히 갖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창의적 인재 양성'을 꼽고 싶다.

한류가 대변하는 문화산업은 창조력을 통해 엄청난 부가가치가 발생되는 미래 성장산업이다. 미국은 할리우드와 디즈니, 팝 등의 세계적 스타들을 앞세워 지구촌 문화산업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영국은 블레어 총리 시절에 주창된 '창조산업'이란 문화정책으로 인재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 문명 중심국가'로서의 국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을 영입하고 있다. 일본 또한 아시아 문화의 주도권 싸움에서 중국에 뒤질세라 창조적 콘텐츠 개발에 막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자신들의 문화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뭐니뭐니 해도 창조적 환경 제공과 인재 양성이다.

우리나라도 뒤늦게나마 문화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반적 인식은 '한류가 얼마나 돈을 벌었는가?' 하는 경제적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화산업과 한류를 일으키는 기초 원동력인 창조력의 개발에 대해서는 지원도 투자도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의 저자인 미국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도시의 경제성장과 창조적 인재의 수가 정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헤미안 지수'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화가, 작가, 음악가, 연극인, 영화인, 디자이너와 같은 보헤미안들의 숫자가 많을수록 도시가 발전한다는 그의 이론은 창조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창조력이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상품이 아니다. 그것은 한 사회가 공통의 관심 속에서 정성을 다해 꾸준히 숙성시킬 때 제조되는 포도주와 같은 것이다. 한류열풍을 지속시키고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미래의 한국을 이끌어 갈 젊은 세대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창조적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김명곤 동양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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