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의 미국 망명 기도로 정치적 타격을 입은 보시라이(薄熙來) 중국 충칭(重慶)시 당서기가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신징방오(新京報) 등 중국 매체들은 보 서기가 5일 제 11기 5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 공개 발언을 통해 "공평분배와 고속성장은 얼마든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6일 보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 5년간 충칭은 수입격차를 확대하지 않고서도 고속성장을 이뤄냈다"며 "'공동부유'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이루는 주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07년에서 2011년 사이에 충칭시의 국내총생산(GDP)은 2.1배로, 1인당 농민 수입은 1.8배로 각각 증가했다. 보 서기는 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공평한 분배제도를 만들겠다고 한 것에 대해 시의적절하다며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보 서기의 이 같은 행보가 그의 건재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보 서기의 최측근이었던 왕리쥔(王立軍) 충칭시 부시장의 미국 영사관 망명 기도 사건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황치판(黃奇帆) 충칭시장은 같은 날 중화권 방송인 펑황(鳳凰)TV와의 인터뷰에서 왕 부시장이 국가안전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는 만약 왕 부시장이 청두(成都)의 미국 영사관에 오래 머물렀다면 이번 일이 외교적 문제를 불러 일으킬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황 시장은 자신이 왕 부시장과 대화하기 위해 청두의 미 영사관에 간 사실도 인정했다.
충칭시의 전직 고위 당 간부가 갑자기 숨진 것도 악재다. 씨큐뉴스닷넷은 3일 수이정콴(稅正寬) 전 충칭시 인민대표대회 상무위 부주임이 7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울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는 그가 자살한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세계은행 보고서가 최근 중국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주장한 것은 국영기업을 그대로 둔 채 소득재분배를 주장하는 태자당 소속 보 서기의 '충칭모델'이 중앙에서 거부된 것이란 분석이 제기돼 주목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세계은행 보고서는 태자당과 대립하고 있는 공청단 소속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의 작품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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