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의 경영진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은행권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진용이 갖추어졌다. 하지만 지역이나 출신학교 등의 편중 현상은 여전하다. 내년에 정권이 바뀌면 대규모 쇄신 태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최근 조직내부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낙하산 시비는 많이 잦아들었다.
6일 국내 금융지주 회장, 사장 및 은행장 등 은행권 CEO 16명의 출신지를 분석해 본 결과 부산ㆍ경남(PK), 대구ㆍ경북(TK) 등 영남 출신 CEO가 절반을 넘는 9명에 달했다. PK 출신이 6명으로 은행권 CEO 주류 자리를 확고히 구축했고, TK 출신도 3명이나 됐다.
금융계 '4대 천황' 중 이번에 물러나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을 제외하고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경남 합천),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경남 하동), 어윤대 KB금융 회장(경남 진해) 등 3명 모두 PK 출신이고, 새롭게 선출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내정자와 김종준 하나은행장 내정자는 둘 다 부산이 고향이다.
단일 시ㆍ도 중에는 충남 출신이 4명으로 가장 많았다. 윤용로 외환은행장과 신충식 농협금융지주 회장 겸 농협은행장은 충남 예산, 김용환 수출입은행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각각 충남 보령과 천안에서 태어났다.
반면 호남 출신 CEO는 하영구 씨티은행장(전남 광양) 단 1명뿐이다.
출신 학교로 보면 현 정부 최대 학맥인 고려대의 파워가 여전하다. 이번에 신충식 회장까지 가세하면서 고대 출신 CEO는 어윤대 회장, 이팔성 회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등 4명이 됐다. 성균관대도 고대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하나금융의 회장(김정태), 행장(김종준) 내정자와 이순우 우리은행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이 모두 성균관대 동문이다. 서울대 출신도 강만수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임영록 KB금융 사장, 하영구 행장 등 역시 4명에 달한다. 한국외국어대는 윤용로 행장, 조준희 기업은행장 등 2명을 배출했다.
고등학교는 금융권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경기고 파워가 여전하다. 어윤대 회장, 임영록 사장, 하영구 행장과 더불어 최흥식 하나금융 사장 내정자가 새로 합류했다. 강만수 회장과 김정태 회장은 경남고 7년 선후배다.
지금까지 대세였던 CEO 외부 영입 추세가 약해지면서 최근엔 내부 출신 CEO가 주류를 이룬다. 농협금융지주는 외부 유력 후보들을 제치고 농협 토박이인 신충식씨를 회장 겸 행장으로 임명했고, 하나금융도 회장과 행장 모두 내부 출신으로 채웠다. 앞서 신한금융도 회장(한동우)과 행장(서진원)을 모두 내부 출신으로 임명했고, 기업은행 조준희 행장은 창립 50년 만에 첫 내부 출신 행장이 됐다.
그래도 관료 출신의 위상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강만수 회장(행시 8회), 임영록 사장(20회), 윤용로 행장(21회), 김용환 행장(23회)이 옛 재무부에서 한 솥 밥을 먹던 사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