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의 하원 의원회관인 레이번빌딩 2118호에서 ‘중국 탈북자 강제송환’긴급 청문회가 열렸다. 의회 산하 의회ㆍ행정부 중국위원회(CECC) 주관으로 열린 청문회에는 행정부와 의회,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 북한인권연합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 탈북자 문제가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로 부상했음을 보여줬다. 청문회장은 근래 북한 관련 청문회로선 가장 많은 100여명이 참석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증언에 나선 탈북자 한송화 조진혜 두 모녀가 말로 다하지 못할 끔찍한 경험을 생생하게 증언하자 의원들과 방청객은 고개를 흔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때 단란했던 한씨의 여덟 식구는 지금은 그와 두 딸만 살아 남았다. 그 동안 중국 공안으로부터 네차례 강제북송 당해 모진 고초를 겪었으나, 굶어죽느니 탈북하자는 결심을 행동으로 옮겨 지금은 미국에 살고 있다.
한씨는 “북한으로 송환돼 끌려간 수용소에서는 새벽 5시부터 밤늦게까지 노동을 해야 한다”며 “겨울에는 신발도 없이 천 조각으로 발을 감싸고 눈 위에서 일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동상에 걸렸으며 맨손으로 시체를 치우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딸 조씨는 “탈북자를 넘겨받은 북한 보위부 요원들이 탈북자들이 숨긴 돈을 찾는다면서 여성들의 항문, 자궁 등을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수색하기도 한다”며 “한번은 16살 밖에 되지 않은 소녀가 이 때문에 자궁출혈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전 솔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중국은 탈북자가 고문, 투옥, 처형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강제 송환하고 있다”며 “중국이 탈북자들에게 죽음의 딱지를 붙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중국의 탈북자 북송은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미국이 유엔난민기구(UNHCR)을 통해 중국에 압박을 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AI의 T 쿠마르 국장도 “미국이 외교력을 동원해 중국과 북한에 탈북자 탄압을 중단하도록 압박을 가할 것”을 촉구했다. 한씨는 “미국에서 2004년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겨우 100여명의 탈북자만 미국에 정착했다”며 “미국이 탈북자들에게 문호를 넓혀 달라”고 요청했다.
청문회를 주최한 의회 중국위원회 크리스토퍼 스미스 위원장은 청문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대북 식량(영양)지원과 탈북자 문제를 연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버락 오마바 미 대통령이 후진타오(胡錦濤)중국 국가주석에게 직접 탈북자의 북송중단을 요구해야 한다”며 미국이 적극 중재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