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나 후보자에 대한 금품 매수, 상대 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흑색선전 등에 대해 벌금형 대신 징역형을 선고하는 양형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기수)는 5일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범죄 양형기준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양형위는 4월 총선 사범에 대한 1심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 8월까지 양형기준을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형위는 유권자나 후보자에 대한 매수행위, 후보자 또는 후보자 가족의 금품 기부행위,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행위 등을 '상대적으로 중한 선거범죄'로 보고 공직선거법상 당선무효형(벌금 100만원 이상)보다 높은 양형기준을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양형위가 특정 범죄군의 양형기준 마련에 착수하자마자 이처럼 구체적으로 논의 방향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 불법 선거운동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사법부도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그 동안 선거사건 재판을 놓고 각종 논란이 불거졌던 점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벌금 80만원이냐 혹은 120만원이냐에 따라 당선 효력이 갈리는 현 상황에서는 법관들마다 처벌 수위가 제각각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아예 권고 형량을 징역형으로 정해 논란의 소지를 사전 차단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로 인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유권자들의 선거 관련 발언이 위축될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양형위 관계자는 "후보자와 유권자에 대해서는 양형 기준을 달리 해야 한다는 의견,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침해되지 않도록 양형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밝혔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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