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 휴대폰 시장을 석권했다. 올 들어 두 달 연속 시장 점유율 70%에 육박해 사실상 '시장지배적 사업자'지위에 올라섰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국내시장 점유율이 지난달 68%(158만대)를 기록, 처음으로 60%를 넘은 데 이어 이달에도 67%(129만대)를 나타냈다. 국내에서 팔린 휴대폰 3대 중 2대가 삼성 제품인 셈이다.
반면 LG전자와 팬택은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지난해 11월 팬택에 2위 자리를 내준 뒤 3위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팬택은 지난달 32만대로 16.7%를 차지했고, LG전자는 27만대를 판매해 14%를 점유했다.
국내 휴대폰 시장이 삼성 천하가 된 이유는 삼성의 마케팅 전략이 바뀌었기 때문. 과거 삼성전자는 고가의 전략 제품(프리미엄 모델)을 출시하면 6개월 간격을 두고 신제품을 내놨는데, 지난해 하반기에는 6개월 동안 갤럭시S, 갤럭시S2, 갤럭시LTE, 갤럭시노트 등 무려 4종의 프리미엄폰을 연달아 내놓으며 고가폰 시장을 장악했다.
여기에 외산업체들의 몫이었던 중저가폰 시장을 겨냥해 출고가 60만원대 갤럭시M340까지 내놓으며 보급형 시장까지 영향력을 넓혔다. 이동통신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전략이 고가폰부터 중저가폰까지 아우르는 싹쓸이 전략으로 바뀌었다"면서 "상대적으로 LG전자와 외국 휴대폰 업체들의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의 전략 변경은 5월 시행되는 블랙리스트 제도와 관련이 있다. 5월부터는 휴대폰 제조사들도 이통사를 거치지 않고 휴대폰을 팔 수 있게 된다. 이통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블랙리스트 제도에 대비해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판매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측은 이 같은 시장지배력 상승에 대해 "소비자들이 선택한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독과점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급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삼성전자가 공급권을 무기로 판매정책을 강요할 수 있기 때문. 소비자들은 선택할 수 있는 휴대폰 종류가 제한되고,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이미 삼성은 애플만큼 콧대가 세다"며 "일부 이통사는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대로 판매정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미국 이통사인 AT&T와 버라이존은 애플 아이폰의 보조금을 대느라 지난 4분기에 손실이 났다"며 "특정 업체의 영향력이 커지면 국내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마케팅 비용이 전이돼 이통사 요금이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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