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4월 총선과 연말 대선을 앞두고 허위사실 유포나 후보자 비방, 후보자 매수 등 선거사범에 대한 양형 기준을 정하는 등 처벌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어제 양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선거사범 양형 기준을 정하기 위한 본격적 논의에 들어갔다.
아직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대법원이 처음으로 선거사범 양형 기준을 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한 것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최근 여론이 선거사범에 대해 한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비슷한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어떤 형태로든 촘촘한 양형 기준이 마련돼 선거사범 처벌이 강화되리라는 기대를 낳는다.
그 동안 선거범죄는 법정형의 범위가 들쭉날쭉한 데다 양형이 거의 판사 재량에 맡겨져 실형보다는 벌금형이 대부분이었고, 벌금형도 폭이 컸다.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은 당선무효 사유라서, 벌금형도 후보자 본인에 주는 압박감은 실형 못지않았지만, 범법행위의 다수를 차지하는 제3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압력이 가벼웠다.
더욱이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에 결정타를 먹인 '연회비 1억원 피부과'와 같은 허위 사실은 일단 퍼지고 나면 거두어 들일 방법이 없다. 당사자의 반론이 법으로 보장됐다고는 하나 실제로 악영향을 지울 정도의 힘을 가질 수 없고, 객관적 진위의 판명은 선거가 끝난 뒤이기 십상이다. 이런 범법 행위와 처벌의 시차, 처벌 대상과 선거 이해당사자의 괴리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중요한 선거정보 전파수단으로 등장하면서 더욱 커졌다. 범법 행위를 적발하기도 쉽지 않고, 적발해도 즉각적 시정 조치가 어렵다.
이런 현실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선거범죄를 제약할 수 있는 것은 선거사범에 대한 사법부의 강력한 처벌 의지밖에 없다. 대법원이 벌금형보다는 실형 위주의 처벌을 하도록 양형 기준을 정할 수 있다면 실질적 의미는 한결 커질 만하다.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만큼 서둘러 양형 기준을 정해 엄벌 의지를 천명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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