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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힘' 미국-이스라엘 AIPAC 총회에 가보니/ "이란 핵 용납 마시오" 오바마에 으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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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힘' 미국-이스라엘 AIPAC 총회에 가보니/ "이란 핵 용납 마시오" 오바마에 으름장

입력
2012.03.0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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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프레지던트, 이란 핵 보유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하시오."

4일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례총회가 열린 미 워싱턴 컨벤션센터. 미국 대통령을 성토하고 다그치는 말이 쉬지 않고 나왔고 그 때마다 1만3,000여 참석자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이 외교 관례를 무시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미스터 프레지던트"로 부를 때는 이스라엘의 힘이 그대로 전해졌다.

오전 8시 컨벤션센터를 둘러싼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미 전역에서 온 1만여 AIPAC 활동가와 500개 대학 학생 대표가 모여들었다. 150개 고교 학생들도 가세했다. 연단에는 AIPAC 활동가 출신의 의회 실세 에릭 캔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오바마와 유대인을 연결시킨 리 로젠버그 AIPAC 의장과 고액 기부자들이 배석했다. 6일까지 열리는 총회에는 사상 처음 양국 정상과 장관급 인사들이 모인다. 유대인의 부름을 받은 의원도 300명 이상이 얼굴을 내밀 예정이다. 모든 게 1954년 창립 이래 최대다.

매년 대통령까지 불러내는 AIPAC 힘의 근원은 매번 총회 기간에만 3억달러를 모으는 어마어마한 자금력이다. 이를 무기로 AIPAC는 연간 100개 이상의 친이스라엘 법안이 통과되도록 로비를 한다.

오전 9시 30분, 마침내 5개의 대형 스크린이 '신의 조직' AIPAC 총회 시작을 알렸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가치 공유, 비전 공유'가 올해 주제다. 그러나 현장은 미국의 대 이란 정책 성토로 들끓었다. 개회 직후 진행된 외교정책 토론에서는 "이란 경제 제재는 효과가 없다"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에 동의할 수 없다" "오바마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 쏟아졌다. 이어 이스라엘의 영웅으로 등장한 페레스는 오바마를 향해 "미스터 프레지던트의 지지와 협력에 감사한다"면서도 미국의 '더 많은 용기'를 주문했다. 그가 "이스라엘은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이스라엘을 자랑스러워 하십시오"라고 하자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오전 11시가 넘어 연단에 선 오바마는 이란 핵에 강력 대응하라는 쪽으로 분위기가 흐르자 "이란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필요시 무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다"며 유대인들을 달래려는 모습을 보였다.

역대 미 대통령 중 AIPAC의 지지 없이 당선된 이는 없다. 하지만 오바마는 무책임한 전쟁론을 개탄하며 '무력보다 외교가 먼저'라는 정책에서 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간간이 박수가 나왔지만 오바마의 연설에 으레 나오는 환호는 없었다.

이날 개막행사는 5일 백악관에서 열릴 양국 정상회담의 대리전을 보는 듯했다. 그러나 AIPAC의 강경 분위기로 볼 때 오바마가 이란 선제공격을 원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회의장 밖의 시위대는 '이스라엘은 전쟁범죄를 중단하라' 'AIPAC는 미국 유대인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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