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K팝 문화에 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요소가 깔려 있다고 지적하는 글이 해외 인터넷에 올라 논란이 일고 있다.
대중문화 가십을 다루는 영어 온라인 커뮤니티 'Oh No They Didn't'(ONTD)에 지난달 29일 'K-Pop or KKK-Pop? 노골적인 반흑인 음악이 미국을 휩쓸고 있다'는 글이 등장했다. 'IFUA SKEDMETO'라는 아이디의 흑인 네티즌은 이 글에서 소녀시대, 빅뱅 등 K팝 가수들이 노골적으로 흑인을 희화화하고 있다며 동영상과 캡처 사진을 함께 올렸다. 영상과 사진은 '강심장' '청춘불패' 등 국내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한 한류 스타들이 흑인의 성대모사를 하거나 흑인 분장을 한 모습 등이 담겨있다.
글쓴이는 한 아이돌 가수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Nigga'라는 흑인 비하 표현이 사용된 것을 지적하기도 했고, 4인조 여성그룹이 뮤직비디오에 흑인 분장을 하고 등장한 것에 대해 "검은 얼굴이 이들의 마케팅 전략"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회원 10만여명이 드나드는 이 커뮤니티에서는 5일 이 글에 2,000여개의 댓글이 달리며 논쟁이 일고 있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고정관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놀랍고 역겹다"라는 반응이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이 글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급속히 퍼졌다.
이 같은 현상은 그동안 대부분 국내에서만 보던 TV 프로그램이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빚어졌다. K팝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나오는 프로그램에 번역 자막을 붙여 유튜브에 올리고, 이는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지면서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제작되는 콘텐츠가 전세계에서 소비되고 있지만 제작진이나 연기자들이 인종차별 같은 문제에 둔감해 이같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지난달에도 MBC의 예능 프로그램 '세바퀴'에서 출연진이 흑인 만화 캐릭터 분장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방영된 후 흑인 여성이 '흑인을 희화화했다'며 유튜브에 항의 영상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에 MBC는 "한류 열풍으로 인해 해외에서도 한국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세심하게 신경 쓰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며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는 "한국의 콘텐츠들은 이제 전지구적으로 소비되기 때문에 기존 K팝에 우호적이었던 사람도 이런 문제가 생기면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며 "대중문화를 이끌어가는 연예인이나 제작자는 자신의 행동이나 프로그램이 인종적으로 예민한가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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