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어르신 가운데 말씀이 꽤나 많으신 아줌마가 계셨더랬다. 풀어놓는 얘기들이 연예계의 숨은 비화일 때가 잦아 몰려드는 아줌마 군단들 꽤나 구름떼 같았더랬다. 한 방송국의 유명한 드라마 PD의 형수인가 제수인가 아무튼 그랬다는데 하루는 꾸벅 인사를 하던 날 쳐다보며 건넨 말씀이 이러했다.
일단 코부터 좀 높이고 보자고. 제 아무리 피노키오라도 칼을 대줘야 카메라가 중심을 잡거든. 내가 끝내주는 병원 아는데 알려줄까? 나 참, 누가 언제 배우 시켜 달랬나. 다른 건 몰라도 주제 파악 하나는 잘하는 까닭에 나는 단 한 번도 연예인을 꿈꿔본 적 없이 살았더랬다. 웬만큼 예쁘고 연기 잘하고 가창력 뛰어나지 않고서야 어찌 사람들 앞에 나서겠는가.
어쩌면 내 기준이 온전히 슈퍼스타를 향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모두가 선망하는 별이라는 자리, 독차지해야 온전하므로 일등을 꿈꾸지만 외롭고 버겁고 두려운 그 자리에 왜 그토록 앉으려 하는지 나는 요즘 유행처럼 번져 있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는 와중이다.
그 가운데 내가 알아버린 건 세상에 왜 할까, 가 아니라 할 수밖에 없음을 타고난 자들이 따로 있더라는 거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랄 때 그 배를 미는 마음의 순정으로 노래하던 이들이 아름답기만 하던 일요일 밤, 나이 불문하고 출연진의 짙은 화장만 아니어도 거슬리지 않았을 그 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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