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총선에서 강경파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72) 최고지도자가 대외 협상파로 분류되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55) 대통령에 압승을 거뒀다. 이번 총선으로 하메네이측은 아마디네자드에 집중됐던 권력을 견제하고 대외적으로는 강경책을 고수할 명분을 얻어 국제사회와의 핵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이 5일 보도한 중간개표 결과에 따르면 전체 290개 의석에서 당선이 확정된 216명 중 최소 112명이 하메네이측 인사다. 무소속으로 선출된 6명도 반 아마디네자드 노선을 택했다.
64.2%라는 높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아마디네자드가 패배한 것은 서방 제재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하메네이와의 갈등으로 인한 정치적 분열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의회는 이르면 8일 경제운용 실패 책임을 물어 아마디네자드에 대한 탄핵을 논의한다.
총선으로 더욱 세를 확대한 하메네이측은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의원내각제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높다. 개혁파인 알리아크바르 무사비 코에이니 전 의원은 “하메네이는 대통령직을 없애려 할 수도 있다”며 “대신 의회가 총리를 지명하는 의원내각제를 도입해 의회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메네이는 지난해 말에도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최고지도자와 선거로 구성된 의회가 공동으로 국정을 이끄는 개헌안을 제안했다.
이란은 핵을 둘러싼 대외 강경책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군총참모부는 4일 총선 직후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해 “이란 군은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란을 침범하려는 적을 막기 위한 모든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정책은 서방 국가에게 커다란 손실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메나시리 텔아비브대 교수는 “하메네이는 이란의 반미정책을 주도할 것”이라며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미국과 협상을 시도했다면 하메네이는 대화조차 하지 않는 강경파”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이란의 통화가치가 수 개월만에 40% 이상 떨어지는 등 이란은 고립되고 망가지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이란을 궁지로 몰 경우 이란은 더욱 강경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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