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판문점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전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남측 감시망에 동선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판문점을 찾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위험지역에 스스로를 노출함으로써 지도자로서의 담력을 부각시키면서 북한군의 사기를 진작하고 체제 내부의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부위원장은 3일 북측 판문각 전망대에 올라 지난해 27일부터 '키 리졸브' 한미 연합 군사연습에 돌입한 남쪽의 상황을 망원경으로 직접 살펴보며 "판문점의 전초병들은 적들과 항시적으로 총부리를 맞댄 만큼 언제나 최대의 격동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북한군 최고사령관으로서 전장을 직접 지휘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그는 또 정전회담 회의장, 정전협정 조인장, 통일각 등을 돌아보며 "앞으로 싸움이 일어나면 우리 군대와 인민은 원수들이 무릎을 꿇고 항복서에 도장을 찍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판문점을 경비하는 초병들의 병실과 식당, 체육관을 꼼꼼히 살피고 이곳에 있는 김일성 주석의 친필 비석을 둘러본 뒤 기념촬영을 하는 여유도 보였다.
통신은 앞서 3일 "김 부위원장이 2일 인민군 전략로켓사령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로켓사령부는 미사일지도국으로 알려져 있는 북한의 중요 군사시설로 예하에 스커드미사일 사단과 노동미사일 사단, 신형 무수단 미사일 사단 등 3개 사단을 두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시찰에서 "총대로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지켜내야 하는 군대에게 있어 싸움 준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빈틈없이 갖추고 있다가 적들이 움직이기만 하면 무자비한 타격으로 원수들의 아성을 불바다로 만들라"고 말했다. 최근 북미 합의에 따라 장거리미사일 발사실험을 유예하기로 했지만 협상 진행과정에 따라 언제든 무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북한은 인천의 한 군부대에서 김 부위원장 사진에 전투구호를 붙인 것을 두고 "최고의 존엄을 모독했다"며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4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주민 15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평양시 군민대회'를 열고 대남 비난과 위협 내용을 담은 각급 기관의 담화와 성명을 쏟아냈다. 대회에서 리영호 군 총참모장은 '무차별적인 성전'을 선언한 북한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낭독했고,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 군대와 인민은 원수 격멸의 준비 태세에 진입했다"며 "우리의 존엄을 털끝만큼이라도 건드리는 데 대해서는 누구든 가차없이 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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