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10개와 종합10위 이내 사수.
한국 스포츠가 올 7월 런던올림픽에서 내건 목표다. 한국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종합 9위, 2008년 베이징올림픽 종합 7위로 스포츠 강소국으로서 확실히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약 런던에서 이 같은 마지노선을 사수하게 되면 한국은 하계 올림픽 3연속 종합 10위내 진입으로 스포츠 강소국에서 강대국으로 거듭나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은 바로 한국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기력과 지도력을 인정받아 해외로 스카우트된 한국인 지도자들이 한국의 금메달 전략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이야기다.
미국의 일간지 USA투데이는 지난해 9월 한국이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7개, 동메달 13개를 따 종합 19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USA투데이는 특히 한국이 양궁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3개를 가져가고, 태권도에서는 은메달 2개와 동메달 3개에 그칠 것이라고 혹평했다. 해외파견 한국인 지도자들이 상대국에 노하우를 전수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국제대회 때마다 한국의 가장 확실한 금맥으로 태권도와 양궁, 유도를 꼽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태권도와 양궁에서 가장 많은 지도자들이 해외로 진출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4일 발표한 종목별 해외지도자 현황에 따르면 양궁은 19개국에 32명을 파견했다. 이중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는 지도자가 11명에 달했다. 태권도는 12개국에 12명을 내보냈는데 모두 해당국가 대표팀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팀의 속사정을 꿰뚫고 있는 이들의 기술전수로 인해 기량차이를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실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 메이저대회에서 한국이 태권도 금메달을 싹쓸이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금메달은 커녕 '빈손 귀국'도 조만간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는 "전세계적으로 한국인 태권도 사범이 141개국에서 3,571명이 활동하고 있다"며 "태권도야말로 한국인의 손을 떠나 가장 세계화한 스포츠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밖에 배드민턴은 3개국에서 4명이, 핸드볼도 3개국에서 7명이 활약하고 있다. 하키는 중국과 일본에서 모두 5명의 지도자가 대표팀을 조련하고 있다. 특히 중국 여자하키의 경우 김창백 전 감독이 2000년부터 2008년까지 9년간 팀을 맡아 중국에 올림픽 은메달을 안긴데 이어 현재는 김상열 감독이 지휘봉을 쥐고 있다. 김 감독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한국을 꺾고 중국에 금메달을 선물했다.
동계올림픽 대표종목 쇼트트랙에서도 한국인 지도자의 해외진출은 눈부시다. 모두 10명이 네덜란드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러시아 6개국에서 대표팀과 클럽을 이끌고 있다.
문화부 양재완 정책과장은 "2000년대 들어 드라마와 음악을 통해 한류 붐이 일고 있지만 70년대 체육인들의 해외진출이야말로 한류의 원조"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유무역협정(FTA)체결로 한국의 경제영토가 넓어진다면 체육인들의 해외 파견은 스포츠 영토를 개척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강조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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