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은 울어도 듣는 사람이 없고, 울 힘조차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자들입니다. 여러분이 탈북자를 위해 눈물을 흘리면 그들을 죽음에서 삶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무대에서 노래를 잠시 멈춘 연예인들이 전 세계를 향해 이렇게 호소했다. 4일 오후 탈북자의 인권문제를 우려하는 연예인들의 모임인 '크라이 위드 어스(Cry with usㆍ우리와 함께 울어요)'가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개최한 콘서트장에서다. 이 행사는 탈북자 북송(北送) 반대 메시지를 알리고 국내 탈북자들을 초청해 위로하는 자리였다.
콘서트장에는 탈북자 인권 문제를 다룬 영화 '크로싱'의 주제가가 울려 퍼졌다. "그댄 나의 이웃이요 형제요 모두죠. 다 함께 울어요. 크라이 위드 어스." 노래 제목과 같은 이름으로 모인 연예인들은 탈북자들과 함께 무대에서 노래했다. 일부 탈북자는 목숨을 건 탈북 과정이 생각난 듯 복받친 감정에 흐느끼기도 했다. 신분노출을 우려해 마스크를 낀 채였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탈북자 이모(26)씨가 중국 공안에 잡힌 탈북자들에게 보내는 위로 편지를 낭독할 때는 모두가 숨을 죽였다.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2002년 탈북했다가 북송된 뒤 2005년 탈북에 성공해 한국에 정착하게 된 파란만장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며 "저에게 일어났던 기적이 여러분에게도 일어날 수 있으니 부디 용기 잃지 말라"고 당부했다.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와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날 콘서트는 최근 중국 내 탈북자 북송 문제가 이슈가 되자 배우 차인표(45)씨 등이 지난 달 21일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송환 반대 집회를 연 데 이어 뜻을 같이하는 동료 연예인들과 '크라이 위드 어스'를 결성해 열게 됐다. 콘서트에는 가수 윤복희 박상민 김범수 노사연 이무송 강원래 구준엽 장혜진 박완규, 배우 송재호 최란 신애라 이윤미, 개그우먼 박미선 이성미 송은이 김영희 씨 등 연예인 40여명이 참석했다.
차씨는 "공이 구멍으로 빠지면 끝나는 컴퓨터 게임 '핀볼'처럼 탈북자들을 떠밀기만 할 뿐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있다"며 "오늘 공연을 신호탄으로 미국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도 콘서트를 열어 탈북자 문제를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콘서트에 참여한 연예인들은 한 명씩 무대에 나와 중국 내 탈북자들의 북송을 반대하고 탈북자 인권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미로 "나는 탈북자의 친구가 되겠다"고 약속하는 서약식을 가졌다. 객석을 꽉 채운 900여명의 탈북자 관객은 박수로 뜻을 함께 했다.
공연을 관람한 김모(23ㆍ2008년 탈북)씨는 "그 동안 탈북자들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극히 저조해 안타까웠다"며 "국민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이 나선 것을 계기로 관심이 확산돼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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