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각종 학교 폭력대책과 학생 두발 및 복장 자유화, 체벌 논쟁을 불러온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뒤 2일 일제히 개학한 초ㆍ중ㆍ고교에서는 여전히 학교폭력과 인권조례 적용을 놓고 혼란스러운 분위기였다.
이날 입학식장에 갈색 머리를 하고 나타난 가락고 1학년 홍모(16)군은 "염색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왜 선생님들은 머리 모양을 지적하는 거죠"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홍군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염색한 학생들은 입학 전까지 머리 색을 바꾸고 오라'고 하긴 했지만 서울시교육청에선 다른 얘기를 한다"고 지적했다.
머리에 노란 물을 들였다가 전날 검정색으로 바꿨다는 이모(16ㆍ가락고 1)군도 "뉴스에서 머리에 염색을 해도 된다고 해서 염색 했는데 또 학교 말을 들어야 한다는 기사가 나와 검정색으로 바꿨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학생인권조례를 두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시교육청의 힘겨루기가 계속되자 학교 측도 눈치를 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준용 가락고 교장은 "교육청이나 교과부 방침 어느 것도 일방적으로 따를 수 없어 곤혹스럽다"며 "현재로선 머리 모양이 학업에 지장을 주거나 혐오감을 유발하는 학생들을 모아 별도 교육을 실시하고 자발적인 변화를 유도한다는 게 학교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입학식에 참석한 학생 가운데 염색한 학생은 3명뿐이었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귀 밑까지 내려오는 장발을 하고 있었다.
같은 날 오전 7시30분 용산구 용산중ㆍ고교에서도 장발에 염색을 한 학생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정문을 지키던 조명열(65) 용산고 지킴이 교사는 "얼마 전까지도 두발문제에 있어 학교가 철저하게 규제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예방 대책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각 학교에는 일선 경찰관들이 참석해 학교폭력 예방 홍보활동도 벌였다. 서울경찰청이 일선 경찰서에 개학 후 1주일 동안 전 학교를 대상으로 범죄예방교육을 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학기가 시작되면 반이 새롭게 구성돼 학생들간 서열이 결정되는 시기라 학교폭력을 근절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여주기 식 활동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는 경찰관 20여명을 이날 아침 한 중학교 앞에 모아 학교폭력 예방 피켓을 들고 홍보활동을 벌였지만 사진 찍기로 끝나 빈축을 샀다. 일선 경찰의 학교폭력 예방교육도 대부분 5~10분 인사말을 하는 정도로 끝났다. 한 학생은 "'학교폭력으로 전과자가 될 수 있다. 학생부에 기록되면 대학에 못 간다' 등 겁을 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또 경찰이 학교폭력 예방대책이라고 내놓은 학교별 전담 경찰관은 아직도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일선서의 학교폭력 담당부서 관계자는 "오늘 같은 날은 경찰 업무만 해도 정신이 없는데 입학 개학이라고 특별히 챙길 필요가 뭐 있겠냐. 학교폭력이 있는지 첩보를 수집하는 게 담당 경찰관의 일"이라며 예방활동에 손을 놓고 있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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