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부장판사로부터 기소 청탁을 받은 당사자로 지목된 박은정 부천지청 검사가 2일 사의를 표명했다.
박 검사는 이날 오전 8시쯤 검찰 내부통신망에 "검찰을 떠나고자 한다. 그 동안 도와준 선후배 동료 검사와 직원들께 감사 드린다. 건강하고 늘 행복하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다. 박 검사는 그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김 판사의 기소 청탁 여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사의 표명 배경과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박 검사의 사의 표명 소식을 접한 대검찰청은 그러나 "박 검사에게 책임을 물을 사유가 없으므로 사직서를 반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박 검사가 기소 청탁 사실을 누군가에게 말했다고 해도 사적 행위에 해당하므로 감찰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다. 박 검사는 이날 오전 우병우 부천지청장과 상의한 뒤 일단 7일까지 휴가를 내기로 하고 귀가했다.
그 동안 외부와 연락을 끊고 침묵을 지키고 있던 박 검사가 이날 돌연 사의를 표명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 검사가 기소 청탁을 받은 당사자로 지목돼 검찰 안팎에서 시선이 집중되자 이에 대한 부담 때문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천지청 관계자는 "박 검사가 (언론 보도 이후)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잠도 못 자서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참고인 신분이지만 현직 검사로서 경찰 조사를 받게 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수사2계는 내주 중 박 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가 이미 박 검사에 대한 기본적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져 경찰에 직접 출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 검사는 최근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멤버인 주진우 시사인 기자의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당시 상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해주지 않아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나 전 의원이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기소 청탁 의혹을 강하게 부인, 이번 사건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데도 검찰은 "경찰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박 검사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는지, 받았다면어떤 진술을 했는지 밝히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처럼 나꼼수의 주장과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사실상 김 판사의 기소 청탁 사실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나꼼수는 지난달 28일 방송에서 "김 판사가 2005년 서울서부지법 재직 당시 일본 자위대 행사에 참석한 나 전 의원에 대해 '나경원은 친일파'라는 비판 글을 올린 네티즌을 기소해 달라고 검사에게 청탁했다"고 주장하며 박 검사의 실명을 거명했다. 나꼼수가 이 같은 내용을 알게 된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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