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지고 애플도 졌다. 소송을 낸 쪽이 모두 졌다. 두 회사의 특허분쟁은 점점 더 '승자 없는 싸움' '패자뿐인 전쟁'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독일 만하임 지방법원은 2일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통신기술 특허침해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또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잠금 해제 특허침해 소송 역시 원고패소를 결정했다.
이날 두건의 판결은 작년부터 시작된 두 회사간 특허전쟁의 최대 분수령으로 주목을 받았다. 앞서 내려진 판매금지 가처분소송 판결과 달리 특허 본안 소송인데다, 두 건의 판결을 어느 한쪽이 독식할 경우 특허소송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원고측 주장을 받아들여 특허침해를 인정할 경우 상대방 제품을 판매금지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법원도 쉽게 특허침해 판결을 내리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있는 '잠금 해제기능(손가락으로 화면을 밀어서 잠금을 해제하는 것)'이 자기 회사 특허를 침해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애플을 상대로 총 3건의 통신기술특허 침해소송을 냈고 이중 하나만 이겨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판매를 금지시킬 수 있었지만 지난 1월 2건 패소에 이어 이번에도 또다시 져 단 하나의 승리도 건지지 못했다.
한 특허전문가는 "지난달 말 애플이 모토로라를 상대로 낸 같은 소송(잠금해제)에서 승소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정이고 삼성전자가 3개의 특허침해소송 가운데 하나도 건지지 못한 것 또한 이례적이다"면서 "법원이 특허보호 보다 특허독점을 더욱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즉, 특허를 이유로 특정기술을 독점하고 이를 통해 상대방을 배제시키려는 IT업계의 최근 흐름에 법원이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다.
사실 앞서 진행된 소송에서도 삼성과 애플의 승패를 떠나, 대체적인 판결흐름은 원고가 지는 쪽이었다. 이날 판결을 포함해 16건의 판결 가운데 원고가 이긴 경우는 3건에 불과했다. 결국 특허전쟁 자체가 싸움을 건 쪽이 계속 지는, 승자 없는 소모전으로 흐르고 있다는 뜻이다.
양 사는 이날 판결과 관계없이 항소 등을 통해 특허소송을 계속한다는 방침. 하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선의의 기술경쟁을 벌이기 보다는 기존 보유기술을 무기로 상대방의 발목만 잡으려 한다"는 글로벌 IT업계 내 비난여론도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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