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양회(전국인민대표회의ㆍ정치협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경비가 한층 강화된 중국 베이징(北京)의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공중화장실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22세 여대생 리팅팅씨 등 여성들이 남자 화장실을 점거하고 남성들의 출입을 가로막고 나선 것.
이들은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여성들에게 화장실 이용 기회를 보장하라며 '남자화장실을 점령하라'고 시위했던 바로 그 여성들이었다. 여자화장실 줄이 길 때 상대적으로 한산한 남자화장실을 잠시 비워 3분 정도 여성들이 이용할 틈을 주자는 것이 화장실 점령 시위의 취지다. 광저우 시위가 시 당국의 화장실 증설 약속을 이끌어 낸 것과 달리, 베이징 시위는 공안이 긴급 출동해 시위대를 5시간 동안 구금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여성들이 이렇게 기묘한 점거시위를 할 만큼 중국에서 남녀 화장실 불평등은 심각한 문제다. 뉴욕타임스(NYT)는 인구가 많은 중국이 다른 국가들과 달리 남녀 화장실의 변기 수를 여전히 1대 1 비율로 유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큰 고초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성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시간은 남자보다 평균 두 배 이상 긴데도 이처럼 같은 비율의 변기가 설치된다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게 시위에 나선 여성들의 주장이다. 이마저도 여자화장실의 한 칸은 대개 청소도구 비치용으로 쓰이고 있어, 실제 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이보다 더 적다. 26세 여성 왕지아니는 "세 시간 동안 시외버스를 탔는데, 휴게소마다 화장실이 꽉 차 있었다"면서 "목적지인 베이징에 도착해서도 줄이 너무 길어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고 아찔한 경험을 털어 놓았다.
중국이 2005년 이후 1대 1 비율을 고수하고 있는 것과 달리 다른 나라는 여성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다. 대만은 여성 화장실 변기 수를 남성보다 3배, 홍콩은 1.5배 더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성뿐 아니라 중국의 상당수 농민과 저소득층 역시 제대로 된 화장실 이용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2010년 세계보건기구(WTO) 통계에 따르면 중국인의 45%가 수세식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어 병을 유발할 수 있는 각종 세균에 그대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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