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어요. 학교에서는 짤리고 집에서도 찬밥 신세였거든요."
지난 1월 27일 새벽 서울 중랑구 A아파트 13층에서 정미영(15ㆍ가명)양이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2일 뒤늦게 알려졌다. 학교와 집에선 문제아였고 어디에도 정을 붙이지 못한 아이는 세상의 외면 속에 죽음을 선택했다.
미영이는 자살하기 전날도 단짝 친구였던 김명진(15ㆍ가명)양을 찾아와 '너무 외로워 죽고 싶다'고 했다. 김양은"미영이는 집 근처 A아파트를 보면서 '창문이 다른 곳보다 커서 몸이 빠져 나갈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꽤 오래 전부터 자살하려고 마음 먹었던 것 같다"며 울먹였다.
미영이는 아버지와 새어머니 사이에서 동생(5세, 1세)이 잇따라 태어나면서 집 밖으로 나돌기 시작했다. 지난해 중순 아버지가 교도소에 들어가자 아예 가출을 했다.
집 밖을 전전하다 보니 전과도 늘어만 갔다. 동네와 관할 경찰에서도 요주의 문제아가 됐다. 미영이는 절도 폭행 본드 흡입 등으로 1년에 대여섯 번은 경찰서를 드나들었다. 서울 중랑구 한 공원에서 본드를 마시다 순찰 돌던 경찰에 현장에서 체포되기도 하고, 지난해 4월과 6월엔 동네 친구가 훔친 오토바이를 타거나 시장 장보기용 카트를 타고 놀다가 절도, 특수절도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경찰은 미영이 새엄마와 아버지에게 "미영이를 경찰서에서 데리고 가라"고 연락했지만 부모는 매번 "그냥 알아서 하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한다.
마지막 보금자리가 돼야 했던 학교도 미영이를 감싸주진 못했다. 미영이는 학교에서 폭력을 행사하고 출석일수가 미달했다는 이유로 2010년 중순 중랑구 B중학교에서 강제 휴학(정원외 학적 관리)을 당했다. 이듬해 2월 중랑구 C중학교로 전학해 복학했지만 그곳에서도 결석이 잦다 보니 6월 또다시 강제 휴학 조치가 취해졌다. 담임선생님이었던 D씨는 "올해 복학 여부를 확인하려 전화를 했다 미영이가 죽었다고 해서 놀랐다"며 "출석 일수가 모자라면 자동 휴학시키는 것이 학교 원칙이다 보니 휴학 이후에는 사실 신경을 크게 못썼다"고 털어놨다.
미영이 친구 김양은"정원외 학적 관리 통보를 받으면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어 학교에 돌아갈 수 없는 분위기"라며"미영이도 '학교 가고 싶다'는 얘기만 했지 실천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이유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회봉사 등으로 출석을 대체해 줘 학교로 돌아올 길을 열어주거나, 문제를 일으킨 아이를 가정에서 끌어안지 못하면 그 역할을 대신해줄 국가기관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가정과 학교의 버림을 받는 사이 벼랑에서 떨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미영이 시신은 사건 당일 새벽 A아파트 경비에 의해 발견됐고 같은 날 낮 화장돼 경기 의정부시 한 추모공원에 안장됐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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