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집단 따돌림과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김모(17)양은 결국 고교 1학년을 채 마치지 못하고 지난해 6월 자퇴했다. 서울 강북구 A초등학교를 찾아 어린 동생들과 어울리게 된 것도 그 무렵. 매번 자신을 괴롭히던 또래와 달리 말을 잘 듣는 초등학생들이 좋았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초등학생 가운데 이른바 '노는 아이들' 5, 6명을 실제 딸처럼 챙겨주는 '양딸'로 삼기도 했다. 김양은 이때부터 학교폭력 가해자로 돌변했다. 양딸들이 혼내달라고 하는 아이들을 찾아가 "담뱃불로 지져버리겠다"고 협박하고, 주먹과 발로 폭행 했다. 김양이 경찰에 덜미를 잡힌 것은 A초등학교에 김양의 폭행 소문이 돌면서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달 10일 검거, 5, 6명의 초등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하지만 경찰은 학교폭력 피해당사자였던 김양의 사정을 알게 된 뒤 특별한 조치를 취했다. 강북서는 학교폭력 예방 전문기관인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 요청해 김양이 5일부터 서울 동대문구 소재 '의류 디자인 학원'에 다닐 수 있도록 했다. 매월 학원비 49만원은 공단에서 지원한다. 김양은 자퇴 후 의류 디자인 기술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봉제공으로 일하는 등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아 꿈을 접은 터였다.
강북서 관계자는 "조사하다 보니 김양이 과거 학교폭력을 당해 상처가 깊다는 것을 알았다"며 "무조건 처벌하기보다 재교육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연결해 주는 게 훨씬 나은 조치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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