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연방판사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하하는 인종주의적 농담을 이메일로 재전송한 사실이 밝혀져 비판을 받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2일 보도했다. 해당 판사는 즉시 사과했지만 시민단체는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몬태나주 리처드 세불(67ㆍ사진) 연방판사는 지난달 20일 형제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자신의 방에서 6명의 친구들에게 재전송했다. ‘엄마의 기억’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은 한 소년이 엄마에게 “엄마, 난 흑인인데 엄마는 왜 백인이에요?”라고 묻자 엄마가 “버락, 그 파티를 떠올려볼 때 네가 짖지 않는 것만도 행운이란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세불 판사는 이 글을 친구들에게 보내면서 “난 보통 이런 이메일을 재전송하지 않지만, 이건 내 기준으로 봐도 꽤 감동적”이라는 내용을 서두에 올렸다.
이 이메일이 공개된 것은 세불의 법원 공식 이메일 계정이 표기된 채 재전송이 거듭된 이메일이 몬태나 지역 일간 그레이트펄스트리뷴에까지 보내졌기 때문이다. 신문의 확인 요구에 세불은 이메일을 보낸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세불은 인터뷰에서 “이메일이 공개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메일 내용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나는 오바마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지만 선을 넘은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메일에 인종주의적 내용이 있지만 나는 인종주의자가 아니다”며 “법정에서도 인종적 편견을 보인 적이 없고 모든 사람을 공정하게 대했다”고 밝혔다. 세불은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연방판사로 임명됐으며 2008년부터 재판장을 맡고 있다.
세불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공식 사과편지까지 썼지만 시민단체들의 비판은 거세다. 세불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는 몬태나인권네트워크는 “이메일에 여성과 유색인을 비인간적으로 보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그들이 세불 판사 앞에 서면 공정함을 의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불은 판사로서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제9 순회항소법원 심의위원회의 조사도 받게 됐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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