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시나리오로 내다본 달러의 운명
커런시 워 / 제임스 리카즈 지음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인근 한 건물 외벽에는 미국의 총 부채 규모를 알리는 전자게시판이 걸려 있다. 어느 부동산업자가 부채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1987년 설치했다. 당시 미국 부채는 2조 7,000억 달러. 최근엔 15조 달러를 넘어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며 미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돈을 발행하면서 미국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미국의 경제가 흔들리면서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의 지위도 위협받고 있다. 최근 부쩍 발언권을 높이고 있는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와 일전을 불사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통화제도 분석가이자 투자은행가인 저자는 위안화가 부상하고 유로존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달러의 운명을 다양한 시나리오를 대입해 내다보려 한다. 그는 1930년대와 1970년대 벌어진 두 차례의 통화전쟁이 제2차 세계대전과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낳았다며 닥쳐올 통화전쟁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신승미 옮김ㆍ더난ㆍ408쪽ㆍ2만원.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나체의 역사 2000년
나체의 역사 / 필립 카곰 지음
클릭 한두 번으로 인터넷에서 포르노그래피를 접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신체 노출에 대한 인식은 상황에 따라 판이하게 다르다. 가수의 TV 출연 중 노출이 큰 이슈가 되고 '비키니 시위'에 대한 관점이 뉴스거리가 될 만큼.
종교, 정치, 대중문화라는 세 가지 분야에서 나체에 대한 편견을 탐구하는 <나체의 역사> 는 다양한 문화에서 일어나는 나체 활동을 상세하게 분석해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약 2,000년에 이르는 나체의 역사를 담는다. 저자는 종교 지도자들, 정치인들, 시위자들, 문화적 우상들이 힘이나 깨달음, 즐거움을 위해 나체를 사용하는 영역을 탐구한다. 나체의>
출발점은 나체에 대한 종교적 관점이다. 다양한 종교의 전통에서 나체가 어떤 식으로 숭고한 정신적 목표에 이용됐는지 알아본 다음 나체에 대한 모순적 태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정치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20세기 초부터 끊임없이 나체 금기에 도전해 온 대중문화 분야는 표현의 자유와 검열의 잣대가 강하게 부딪히기에 더욱 흥미진진하다.
나체에 대한 논쟁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에 가능하다. 저자는 책 말미에 "나체가 되고 나체를 보여주는 것은 세상 속의 존재가 가지는 타고난 속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주연 옮김ㆍ학고재ㆍ344쪽ㆍ2만 5,000원
■ 親盧 카피라이터의 2012년 한국사회 비판
나는 개새끼입니다 / 정철 지음
'당신이 피눈물을 뚝뚝 흘리며 유서를 쓰고 있을 때 / 나는 늘어진 주말 늦잠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나는 개새끼입니다.'
28년차 광고 카피라이터인 저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편집위원으로 봉사하며 재단과 관련한 카피 작성을 도맡아 왔다.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저자는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사회와 이를 방관한 자신을 책망하는 '나는 개새끼입니다'라는 제목의 짤막한 글을 블로그에 띄웠다.
책은 이 글을 비롯해 4대강 사업, 내곡동 사저 문제, 한미 FTA 등 특정 이슈와 계층 간 불균형, 극심한 경쟁 논리 등 2012년 한국 사회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부조리와 모순을 카피라이터 특유의 축약적 언어로 풀어낸 짧은 글 280여 편의 모음집이다.
압축적이고 명료하게 표현된 모든 글에는 공통적으로 강한 분노가 담겨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는 지금 분노할 것들로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며 "분노는 사랑의 가장 적극적인 표현"이라고 적고 있다. 리더스북 발행ㆍ312쪽ㆍ1만 4,000원.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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