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코러스(KORUS) FTA' 발효가 코 앞에 와있다. 전 국민적 코러스(Chorus)로 맞이해야할 FTA가 존폐 논쟁 속에서 발효되는 점이 아쉽다.
난산을 겪은 생명이니 더욱 잘 키워야 한다. 결국은 우리 경제를 미주와 유럽을 잇는 동북아 허브로 탈바꿈시킬 동력을 지닌 조약이 아닌가. 이제부터는 정부와 국민을 규제 완화와 투명성 제고의 길로 몰아넣게 된다. 서비스, 투자, 지식재산권, 환경 분야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미국 서비스기업들과의 무한경쟁이 불가피하다. 영화와 방송산업이 더 이상 보호막에 안주할 수 없도록, 스크린쿼터가 현수준으로 동결되고 방송쿼터가 감축됐다. 70년으로 늘어난 저작권 보호기간과 특허의약품에 대한 보호강화는 저작물과 의약품의 국제경쟁력 향상이 발전전략임을 설정한 것이다. 단계적으로 개방된 법률, 회계, 세무서비스는 국내 자격증이 주던 전문가의 독점 이익을 단계적으로 없애게 된다. 환경협약의 국내적 이행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7개 다자환경협약상의 의무가 FTA통상규범과 충돌하더라도 위장된 교역제한 목적이 아닌 한 환경규범이 우선시되니, 환경친화적인 통상정책을 펼칠 책임도 따른다.
농업 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전통적으로 당국의 재량권이 인정되어 오던 저관세 쿼터물량(TRQ) 배정도 선착순 원칙에 의해 투명하게 집행해야 하고, 쿼터물량을 소진시켜야 한다. 민감품목 관세철폐는 장기간 진행되기는 하나, 결국은 대부분의 미국산 수입농산물 관세가 철폐된다. 예정된 식탁에서의 벌거벗은 경쟁에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양국정부간의 분쟁패널절차가 감시하게 된다. 투자분야에는 미국투자자가 직접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제소할 수 있으니, 과도하고 불합리한 정부규제에 대한 상시적 견제장치로 기능하게 된다.
치열한 경쟁이 효율성을 증대시켜 경쟁력 증대를 낳는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농가에선 국제 경쟁력을 갖춘 품목을 개발하고 정부는 체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해왔듯이 막대한 지원 예산을 재래식 농업 부문을 단순 존속시키기 위해 투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정부의 외국인 투자 규제에 있어서 차별적 조치를 방지하고, 국내업계 및 단체의 압력에 의해 과도한 규제를 가하는 경우를 막아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갈등도 주의해서, 정책의 일관성도 유지해야 한다. ISD의 남용가능성이 문제라면 남소방지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이미 한미FTA에는 제소 전에 분쟁당사자가 협의하도록 하고, 제3자 중개절차에도 의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전 이견 조율을 통해 ISD 패널로 이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치이니, 그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대학 캠퍼스와 인터넷에 만연된 저작물의 불법 복제 관행도 근본적으로 단속해야 한다. 의약품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상환가도 대상 의약품의 효과와 안전성 정도에 비례하도록 투명하게 책정해야 한다.
관세 인하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가도록 유통구조 왜곡도 개선해야 한다. FTA의 혜택은 서민생활에 신속히 미쳐야 마땅하고, 그것이 또 다른 개방정책을 추진하는 동력이 돼야 한다. 관세인하 후 일부 사치품의 가격이 오히려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생필품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시정돼야 한다. FTA의 기본적 의의는 수출증대뿐만 아니라 소비자 이익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 이익이 자본축적을 통해 효율적 부문의 장기 생산효과로 연결되는 것은 개방정책의 기본이다.
미주와 유럽을 잇는 교역중심에 대한민국을 세울 엔진은 마련했으나, 그 동력을 돌리고 각 구성부분에 전달하는 과제는 남아있다. 비교우위산업으로 노동력을 유연하게 이동시켜 생산역군화 하는 난제도 풀어야 한다. 갈수록 퍼지는 젊은 층의 반 FTA 정서도 결국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면계속될 게 뻔하다. 우리 의회정치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정치권이 할 일은 많은 데, FTA 폐기 논쟁은 서막만이 올랐다. '경제는 언제나 국제화를 갈망하는데, 정치는 언제나 지역화를 추구한다'는 격언이 다시금 미워진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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