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한 농협금융지주와 계열사 신임 임원직에 금융감독원 출신들이 대거 임명됐다. 금융당국이 부실 감독으로 저축은행 사태를 초래한 불명예를 씻기 위해 금감원 출신의 낙하산 인사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고 나선지 불과 10여일 만이다.
2일 농협금융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이장영(57ㆍ사진) 전 금감원 부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 전 부원장은 지난해 금감원을 퇴직하고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계열사 임원직도 금감원 출신들이 줄줄이 꿰찼다. 농협은행은 상근감사위원에 이용찬(57ㆍ사진) 전 금감원 국장을 발탁했다. 이 신임 감사는 금감원 비은행감독2국장과 상호금융서비스국장을 지냈고, 퇴직 후인 2009년 11월부터는 저축은행중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농협생명보험 상근감사에는 금감원 보험조사실장 출신인 이상덕(57ㆍ사진) 여신금융협회 상무이사가 선임됐다.
이날 농협의 신경분리(신용과 경제부문 분리) 사업구조 개편을 앞두고 농협금융지주를 포함한 신용부문 감사 4자리를 놓고 퇴직 경제관료와 금감원 출신간 물밑경쟁이 치열했었다. 이번 선임은 퇴직 2년이 지나도 금감원 출신 직원을 금융회사 감사 등 임원으로 내보내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금감원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달 22일 최수현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신한은행이 금감원 출신을 감사로 선임하려 하자, 서진원 신한은행장을 불러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 2년 후엔 금융회사로의 재취업이 허용되지만,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해 전ㆍ현직 모두 금융회사 감사로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감사 선임 자제를 요청했었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 측은 “조직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선진 금융기법을 잘 알고 검사 경험도 있는 금감원 출신들을 삼고초려로 모셔온 것”이라며 “불미스런 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지 낙하산 인사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농협의 신경분리로 예전에 농협중앙회에서 대출을 받은 고객 중 대출자산이 보험대출(제2금융권)로 분류된 4만여명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금융당국과 신용평가사들은 3개월간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