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의 '텃밭'현상은 한국정치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받아 왔다. 하지만 지역주의 벽 속에서도 '인물'이나 '바람'이 통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선거 전문가들은 "19대 총선에서 텃밭 물갈이가 대폭으로 이뤄질 경우 새로운 인물 간 치열한 경쟁과 각종 연대ㆍ무소속 변수 등장 등으로 텃밭에서 인물과 바람의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정 정당에 몰표를 줬던 영∙호남 지역 유권자들도 대선후보ㆍ총리ㆍ도지사 등을 지낸 '거물'들을 쉽게 낙선시키지는 않았다. 호남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이나 신한국당 공천을 받고 여의도에 입성한 3명도 화려한 경력과 경륜으로 텃밭의 벽을 뚫었다. 황인성(14대 진안ㆍ무주ㆍ장수) 전 총리, 강현욱(15대 군산을) 전 전북지사 등이 그들이다. 영남에선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가 국민당, 무소속, 국민통합21 등으로 소속을 바꿔 출사표를 던졌지만 매번 텃밭 정당 후보를 누르면서 당선됐다.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를 지낸 권영길 의원도 경남에서 두 번이나 당선됐다.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 간판을 각각 달고 부산에서 재선에 성공한 조경태 의원처럼 지역 밀착형 후보도 텃밭의 아성을 넘었다. 15대 총선 당시에는 '꼬마 민주당' 3인방(권오을, 이규정, 권기술 의원)도 영남권의 견고한 벽을 뚫고 금배지를 달았다.
지역 터줏대감들의 경우 정당을 번갈아 출마해도 지역 기반 정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강길부(울산 울주, 17대 열린우리당 18대 무소속), 강운태(광주 남, 16ㆍ18대 무소속), 박종근(대구 달서갑, 15대 자민련 18대 친박연대) 의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지원(18대), 박주선(16대), 최인기(17대) 의원 등도 호남에서 지역주의 파고를 넘었다.
영남 텃밭에 불었던 대표적 바람으론 15대 총선 당시 대구ㆍ경북의 자민련 돌풍을 꼽을 수 있다. 자민련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주도한 신한국당에 대한 TK 지역의 거부 정서를 업고 대구 13석 중 8석을 휩쓴 반면 신한국당은 2석을 얻는 데 그쳤다. 18대에선 영남에 친박 성향 무소속 바람이 불었다. 친박연대나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은 대구(4명) 경북(6명) 부산(6명) 경남(1명) 지역 등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 대거 생환했다. 김해를 중심으로 한 '노무현 바람'이나 울산ㆍ창원을 진앙지로 한 '민주노동당 바람'도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호남에선 상대적으로 무소속 바람이 눈에 띈다. 특히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6명의 후보들이 통합민주당 아성에 맞서 호남에 무소속 깃발을 꽂았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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