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의 교육비 지출은 계속 둔화했다.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을 보면, 2008년 6.8%였던 교육비 지출 증가율은 2009년 4.3%, 2010년 0.1%로 낮아지더니 작년엔 마이너스(-2.4%)를 기록했다. 특히 작년엔 교육비 명목 지출도 전년보다 감소(-0.7%)했다. 교육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출은 더 줄였다는 얘기다.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가계가 버티다 못해 자녀 교육비 지출까지 줄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계의 소비심리는 이런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교육비만큼은 줄이면 안 된다"는 소비심리는 고소득층은 물론, 저소득층도 다를 게 없었다.
1일 한국은행의 월별 소비자동향 조사결과를 분석했더니,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7월 이후 올해 2월까지 소비지출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의 월별 편차가 가장 적은 지출 항목은 교육비로 나타났다.
이 기간 교육비 CSI의 표준편차는 3.3. 다른 지출 항목 평균 표준편차(6.8)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표준편차가 적다는 것은 월별로 지수가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실제 교육비는 월별 최고치(111)와 최저치(98) 차이가 불과 13포인트에 불과했다.
소득수준 별로 봐도 월별 표준편차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이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월소득 100만~200만원 가구의 교육비 지출 CSI 표준편차는 3.7, 월소득 500만원 이상 가구는 4.0으로 고소득층의 편차가 더 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소득이 많건 적건 간에 교육비 지출만큼은 줄일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교육비 지출을 줄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 통계청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지출항목 중 교육비가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고, 2010년에도 교통비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가장 줄이고 싶지 않은 교육비까지 축소해야 할 만큼 가계 사정이 어렵다는 의미다.
교육비에 이어 소비지출 CSI의 월별 편차가 작은 항목은 의료ㆍ보건비(4.2). 평균 CSI도 118로 전체 지출 항목 중 가장 높았다. 급속한 고령화로 갈수록 병원비 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반면, 경기에 따라 지출심리 변동이 가장 큰 항목은 여행비로 표준편차(9.3)가 교육비의 3배에 육박했다. 특히 월소득 5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경우 최고 지수(112)와 최저(64) 간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고, 표준편차도 12.8에 달했다. 경기가 나빠지면 고소득층이 가장 먼저 지갑을 닫는 것이 국내외 여행비라는 얘기다. 외식비 역시 월별 표준편차가 8.4로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항목으로 분석됐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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