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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發 '신 와인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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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發 '신 와인 삼국지'

입력
2012.03.0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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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5일 발효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앞두고 국내 와인시장에 3국 전쟁이 시작됐다. 부동의 1위이자 지난해 한ㆍEU FTA로 가격경쟁력까지 더한 프랑스, 우리나라 최초의 FTA 체결국으로 확실한 국내 기반을 다지고 있는 칠레, 그리고 한미 FTA로 즉각적 관세인하효과를 누리게 된 미국. 이들은 벌써부터 가격인하를 통해 치열한 시장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FTA 발효를 앞두고 국내 주류 수입사들이 미국산 와인가격을 두자릿수 폭으로 내리겠다고 선언하자, 이에 맞서 칠레산 와인도 평균 10% 정도 가격인하 방침을 밝혔다.

현 국내 와인시장은 프랑스-칠레-이탈리아의 3강 체제였다. 한미 FTA로 미국산 와인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미리 반영되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산 와인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 불똥은 저가 중심의 이탈리아 와인으로 튀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들어 미국산 와인매출은 상반기보다 6억원이나 늘었다"면서 "다른 나라 와인들은 거의 제자리 걸음이었고 이탈리아산 와인은 오히려 후퇴하는 양상을 띠었다"고 전했다.

미국산 와인은 애초 고급 보다는 마트가격 기준으로 1만~2만원 대의 부담 없는 '데일리 와인'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럽 등 구대륙 와인보다 품평이 좋아지고 있는데다 한미FTA효과까지 가세할 경우, 연내 이탈리아를 밀어내고 3위 등극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산 공세에 맞서 기존 강자들도 가격과 내실을 다지고 나섰다. 일단 프랑스는 '간판와인'으로서 지명도가 확실한데다, 명품급 브랜드도 많고, 저가부터 고가 그리고 레드부터 화이트까지 상품군도 다양해 입지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 한ㆍEU FTA 이후 가격 인하효과까지 더해져 꾸준히 30%대 점유율이 예상된다.

긴장하는 쪽은 칠레다. 한ㆍ칠레 FTA 이후 몬테스 알파, 1865 등이 인기를 얻으며 가장 대중적 와인으로 자리잡았지만 가격거품 논란도 계속됐던 것이 사실. 하지만 최근 주세법 개정으로 와인수입업자가 직접 소매판매를 할 수 있게 돼 유통단계 축소만큼 가격을 내릴 여지가 생겼고, 이에 따라 이달부터 평균 10%가량 가격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같으면 업체들이 유통마진을 그냥 자기수입으로 흡수했겠지만 한미 FTA로 미국산 와인의 가격공세가 예상되자 결국 가격인하카드를 뽑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이탈리아산 와인의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최근 수년간 저가 스위트 와인이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2만~6만원의 중간가격대 브랜드가 취약한데다, 마케팅 능력도 떨어져 미국산의 공세를 당해내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사실 세계적으로도 미국 칠레 호주 등 신대륙 와인이 구대륙(유럽) 와인시장을 조금씩 잠식해가는 것이 지금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프랑스의 명문 와인업체들이 칠레, 미국 산 포도를 쓰기 위해 제휴 및 투자를 늘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주류수입협회 이용관 부회장은 "올해는 전세계 소비량 1위인 미국, 고품질의 칠레, 전통의 와인명가 프랑스 간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면서 "(추락하는) 이탈리아가 얼마나 반격의 계기를 잡느냐도 주목할 포인트"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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