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땅에 최초로 발을 디딘 사람은 석기시대 유럽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아시아인이 시베리아와 알래스카를 거쳐 들어오기 전까지 북아메리카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다는 고고학계의 정설과 배치되는 것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은 아메리카 인디언으로 불리는 아시아 출신이 유입되기 1만여 년 전 미국 땅에 유럽인이 살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언론에 따르면 메릴랜드주 델마바 반도 등 미국 동부해안에서 1만9,000~2만6,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석기시대 유물이 잇따라 발견됐으며 버지니아 연안에서 조개잡이 어부들이 건진 유물도 비슷한 시대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유물이 주목 받는 것은 제작 연대 때문이다. 과거에도 미국 동부해안에서 발견된 석기 유물이 유럽 것과 유사하다는 견해가 있었지만 제작 연대가 유럽의 석기시대 문화인 솔류트레 문화가 번성했던 시기와 일치하지 않아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 제작 연대가 확인된 유물은 프랑스와 이베리아 반도에서 솔류트레 문화가 발달했던 시기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화학적 분석 결과 버지니아주에서 발견된 돌칼은 프랑스 지역에서 나오는 돌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주장은 고고학자인 데니스 스탠퍼드 미국 스미소니언재단 교수와 브루스 브래들리 영국 엑서터대 교수가 앞장서 제기하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 함께 출간한 라는 책을 통해 빙하기가 절정일 때 북대서양 대부분이 얼음으로 덮여 있었기 때문에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이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두 교수는 또 아시아인이 들어온 1만5,500년 전보다 앞선 유적이 알래스카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도 근거로 내세운다. 만약 2만여년 전에 석기 유물을 사용한 사람이 유럽이 아닌 아시아에서 왔다면 수천년에 이르는 단절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가설을 받아들이지 않는 학자도 있다. 데이비드 멜처 서던메소디스트대 고고학과 교수는 "모든 흔적이 최초의 아메리카인은 아시아에서 왔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석기시대에 미국에 들어왔다는 유럽인들은 문화적으로나 유전적으로 집단 기억상실증에 빠진 것이냐"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스탠퍼드 교수는 WP에 "최초의 미국인은 시베리아가 아닌 이베리아에서 왔다"며"근거가 아직 불충분하지만 올해 봄에 더 많은 증거를 찾기 위해 해양탐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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