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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마트, SSM보다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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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마트, SSM보다 더 무섭다"

입력
2012.03.0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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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대형마트가 한 개 더 들어오고 하나로마트를 싹 없앴으면 좋겠습니다."

강릉중앙시장 상가번영회 강신한 회장은 중앙시장을 빙 둘러싼 4개의 농협 하나로마트 점포를 볼 때마다 속이 터진다. 총 인구 22만명, 사람들이 몰려 사는 도심엔 13만명이 사는 작은 도시 강릉에는 지금 대형마트 2개, 하나로마트가 27개가 있다. 원래 26개였는데 최근에 하나가 더 늘었다.

강 회장은 "그것 하나 못 내게 하려고 여기저기 호소해 봤지만 소용 없었다"면서 "하나로마트가 계속 늘면서 4개 시장 중 1개가 아예 문을 닫았고, 그나마 시장 역할을 하는 곳이 중앙시장인데 이곳도 한참 들어와야 하는 중심부는 거의 망했다"고 토로했다.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죽이는 게 꼭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같은 대기업 대형마트나 ▦이들이 갖고 있는 기업형슈퍼마켓(SSM)만은 아니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대형마트나 SSM의 폐해가 크지만, 지방 중소도시로 농협 하나로마트의 폐해가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 현지 상인들의 호소다.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는 ▦중앙회 소속 농협유통이 운영하는 직영이 56개 ▦지역조합(단위농협)이 운영하는 마트가 2,070개다. 거의 방방곡곡 안 들어간 곳이 없어 포화상태나 다름없는데, 농협은 더 늘릴 계획이다. 2일 지주회사 체제로 새로 출범하는 농협은 이와 관련, "국내 대형유통업체에 필적하는 종합유통그룹의 역량을 갖추겠다"면서 직영점포를 배로 늘린다는 계획까지 내놓았다.

한 지역 상인회장은 "단위 조합에서 임직원이 오래 근무하면 주유소 하나 지어주거나 하나로마트 하나 내서 내 보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상권은 한정돼 있는데 주유소와 하나로마트는 계속 늘어나니 농협이 지역상권을 다 죽이는 셈"이라고 분노했다.

심지어 하나로마트가 피자집이나 식당까지 열어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춘천철원축협 등 일부 대형 하나로마트는 '익스트림 피자'를 입점시키고 대형피자를 1만원대에 판매해 오고 있다. 경북 김천농협은 대형 하나로마트와 대형주유소 2곳을 지어 인근 상권을 장악한 후 최근에는 급식업체 등에 재료를 납품하는 식자재 센터까지 건립 중이어서 원성을 사고 있다. 전국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제주, 강원, 전남 등의 일부 하나로마트는 식당까지 운영해 동네 식당 업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민간 대형마트나 SSM들은 유통산업발전법 등에 따라 출점이나 영업시간, 의무휴일 등을 제한 받는 데 비해, 하나로마트는 이런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는 점. 애초 법안을 만들 때 ▦농협유통이 운영하는 대형 하나로마트는 농수산물 판매비중이 51%를 넘는다는 이유로 ▦단위 농협이 운영하는 소형 하나로마트는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규제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상인들은 농수산물 판매비중이 51%를 넘든 안 넘든, 소형마트든 아니든, 이로 인해 중소도시의 재래시장 및 지역상권이 고사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한 상인은 "실제로 보면 대기업 대형마트나 하나로마트나 파는 품목에 별반 차이가 없다"면서 "지방 소도시 재래시장에서 주로 파는 게 농수산물인데 하나로마트의 농수산물 판매비중이 높으면 주변 시장을 더 죽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금 상태라면 대기업 대형마트와 SSM 출점 규제로 재래시장이나 골목상권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마트만 덕 보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게 됐다. 상인연합회 대형마트ㆍSSM 비상대책위원회의 신근식 위원장은 "유통산업발전법 제정 당시 청와대와 국회를 다니면서 하나로마트의 폐해를 알리고 규제 대상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면서 "국회의원들이 선거를 앞두고 농협쪽 표가 무섭기 때문에 몸을 사렸다"고 비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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