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의 부끄러운 역사를 상기해야 합니다. 친일 행각을 벌여놓고 발뺌하는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기금 모금에 나섰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민족문제연구소가 3ㆍ1절을 맞아 "부끄러운 역사를 잊지 말자"며 미래 세대를 위한 '친일인명사전' 기부 작업에 나섰다. 아름다운재단은 1일 "전국의 영세한 어린이ㆍ청소년 교육기관 30곳에 민족문제연구소가 출간한 '친일인명사전'을 기부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는 소셜 펀딩을 지난달 28일 시작했다" 고 밝혔다.
소셜 펀딩(social funding)은 인터넷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서 소액을 모으는 십시일반의 모금 방법이다. 재단과 연구소는 3월 한 달 동안 3권짜리 1질 당 30만원인 '친일인명사전' 15질 구입비 등 약 500만원을 모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연구소 측이 기증한 15질을 합쳐 모금 참여자들의 이름으로 전남 강진군의 대안학교인 늦봄문익환학교, 경기 평택시 쌍용차 해고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심리치유공간인 와락센터, 일본의 재일동포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 등에 사전 30질을 기부할 계획이다.
'친일인명사전'은 친일문제 연구에 평생을 바친 고 임종국(1929~1989) 선생의 유지를 이어 1991년 설립된 민족문제연구소가 역사 청산 취지로 2009년 출간했다. 약 3,000쪽에 달하는 사전에는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한반도 침략을 각종 방식으로 지지하고 수탈과 강제동원에 협력한 인물 4,389명의 구체적 행위와 해방 후 행적이 수록돼 있다. 역사학자 등 180여명이 참여한 편찬위원회가 9년여 동안 당시의 신문, 공문서, 연감, 평전 등 3,000여 종의 사료와 450여 종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집필했다.
이완용 등 을사5적은 물론 박정희 전 대통령, 조선일보 창립자 방응모, 동아일보 창립자 김성수, 백낙준 전 연세대 총장, 유진오 전 고려대 총장,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봉선화' 작곡가 홍난파 등 정계 학계 언론계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이 명단에 포함돼 출간 당시 논란이 일었고 이들의 유족 중 일부는 게재 금지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번 기부는 긴 진통 끝에 빛을 본 이 사전이 아직도 대중적으로 보급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사전은 2004년 모금캠페인 때 3만2,000여명의 국민이 내놓은 7억5,000여만원을 기반으로 출간됐지만 보급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2년여 동안 판매된 수량은 4,800질에 불과하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전국 공공도서관 687곳 중 32%인 223곳만 '친일인명사전'을 갖췄다"며 "특히 재정이 열악한 교육기관들은 고가의 사전을 구입하기 어려워 기부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모금 개시 이틀 만인 1일 오후 목표 모금액의 6분의 1 정도인 약 84만원이 모이는 등 반응은 일단 좋다. 소셜 펀딩은 재단에서 운영하는 개미스폰서(www.socialants.org) 사이트에서 진행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과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국민들이 사전 출간 과정에 많은 힘을 보태줬듯이 이번 기부에도 관심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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