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1위 자동차 회사로 복귀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최근 랜디 모트(55ㆍ사진) 전 휴렛팩커드(HP) 수석부사장을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영입했습니다. 미국이야 워낙 인력 스카우트가 많은 나라입니다만, 자동차 업계가 이번 인사를 특별히 주시한 건 모트 CIO의 특별한 커리어 때문입니다.
그의 별명은 '비용 절감의 달인'입니다. 30년 이상 월마트, 페덱스, 델, HP 등 유력기업들을 거치면서, 곳곳에 산재해 있는 회사의 낭비적 요소들을 깔끔하게 제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냈죠.
미 아칸사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그는 1978년 21살 나이에 유통업체 월마트에서 평범한 프로그래머로 직장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는 지역 혹은 점포 마다 상품 구색을 달리해야 한다는 고객의 요구를 파악, 6,000개 이상의 매장과 2만 개가 넘는 협력 업체의 재고 및 판매 현황을 실시간으로 한 눈에 알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합니다. 그 결과 월마트 매장은 남아도는 물건을 최소화했고, 단숨에 두 자리 수가 넘는 영업이익 신장률을 기록했죠. 세계적 IT전문지 는 지난 1997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던 월마트의 매장 관리에 혁신을 가져와 세계 최대 유통업체로 성장하는 데 큰 공을 세운 그를'올해의 CIO'로 뽑기도 했습니다.
이후 수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2005년 그를 영입한 HP는 보상금으로 무려 1,500만 달러(170억원) 이상을 줬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HP의 85개가 넘는 데이터센터를 6개로 줄이며 지출을 1조원 가까이 절감해줬으니까, 회사로선 남는 장사를 한 셈이지요. 포브스는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비해 소외 받던 CIO의 대우를 단숨에 끌어올린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죠.
GM은 지금 비용 절감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판매 대수로 4년 만에 세계 1위는 되찾았지만 방만한 경영 구조가 해소된 건 아니기 때문이죠. 특히 해마다 30억 달러 이상 들어가는 IT관련 비용이 골칫거리였는데, 과연 모트 CIO가 어떤 마법을 만들어낼 지 벌써부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 자동차 회사들은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르고 있습니다. 밖으로는 경쟁사와 품질ㆍ서비스 전쟁을 안으로는 비용과의 전쟁이죠. 품질과 서비스만으론 결코 승자가 될 수 없다는 것, 비용 축소와 경영 합리화가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걸 자동차 회사들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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