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 1층엔 독특한 자판기가 설치돼 있다. 음료수나 과자 등이 아닌 사무용품을 판매하는 자판기다. 그런데 이 용품들의 디자인 또한 예사롭지 않다. 포스트잇은 마치 M카드 등 플라스틱 카드를 빼닮았고, 스테이플러, 볼펜, 수첩, 전자계산기, 심지어 가위까지도 현대카드의 로고 등이 절묘하게 디자인돼 있다.
현대카드의 디자인 사랑이 유별나다. 통상 기업들이 외부에 노출되는 상품 디자인에만 신경을 쏟는 것과 달리, 사내에서만 사용되는 제품에까지 현대카드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입히고 있다.
단지 사무용품 만이 아니다. 직원들이 먹고 마시는 것까지도 현대카드 디자인이 빠지지 않는다. 작년 9월 사내에 공급하기 시작한 생수 '잇 워터(it water)'가 대표적. 정태영 사장은 물론 회의실을 드나드는 직원의 손에는 모두 이 낯선 물병이 쥐어져 있다. 화장품 병처럼 생긴 이 미끈한 생수병은 현대카드 디자인팀이 직접 디자인을 한 뒤 국내 중소기업 로진을 통해 탄생시켰다. 올 초까지만 해도 내부에서만 사용됐지만, 최근 이마트가 제품 디자인과 상품성을 보고 유통시키기로 함에 따라 2월부터는 시중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밖에 선물용이나 내부용으로 제작된 초콜릿, 티(tea)백 등도 신용카드 외양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건물 공간도 마찬가지. 본사 주차장의 영문과 숫자까지 현대카드 고유의 서체 등을 사용해 꾸며놓았고, 점차 이런 디자인을 지점에까지 확장시켜 나가는 추세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고속도로 표지판의 고유 글씨체를 보면 표지판만 봐도 그곳이 미국임을 알 수 있다"며 "우리가 공간 곳곳과 제품들을 같은 컨셉트의 디자인으로 채우는 것도 이런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반응은 좋다. 직원들은 대체로 이런 시도를 재미있어하고, 젊은층들도 블로그 등에 현대카드의 초콜릿이나 생수 제품 등을 소개하는 글을 올린다. 문제는 비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무용품까지 일일이 자체 제작한다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어디까지 더 확대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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