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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합의 바라만 본 정부… 겉으로는 "좋은 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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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합의 바라만 본 정부… 겉으로는 "좋은 징조"

입력
2012.03.0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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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실험 잠정 중단과 식량 지원 카드를 주고 받은 북한과 미국의 합의를 지켜보는 한국 정부의 속내가 복잡하다. 양 측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합의에 발맞춰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어가야 하지만 해법 찾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모처럼 불어오는 훈풍을 반기면서도 북한과의 대화 기조에서 한발 비켜나 있어 머쓱한 모습이다.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자체 동력으로 북한을 움직일만한 카드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5ㆍ24 대북 제재 조치로 북한과의 경제 협력은 전면 중단됐다. 일부 분야에서 유연성을 발휘해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숨통은 유지하고 있지만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정부가 대북 제재를 전향적으로 풀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인도적 차원의 교류도 막혀 있다. 정부가 지난달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 실무 접촉에 대해 북한은 전화통지문 수령을 거부한 채 묵묵부답이다. 과거 남북관계의 물꼬를 텄던 대규모 식량 지원도 끊긴 지 오래 됐다. 또한 정부는 2000년 제공한 대북 식량차관 8,800만 달러를 올해 6월 원칙대로 돌려받을 예정이어서 경제 원조를 받기는커녕 빚을 갚아야 하는 북한으로서는 달가울 리 없다.

대신 정부는 방향을 바꿔 6자회담을 매개로 대북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줄곧 “남북관계 개선이 6자회담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6자회담이 결실을 맺으려면 비핵화의 반대급부인 대북 경제 지원을 주도할 한국 정부의 적극적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미 합의가 발표되자 지난해 11월 우리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에 관해 협의한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며 한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관여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1일 “비교적 신속하게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북미) 합의가 이뤄진 것은 좋은 징조”라면서 “6자회담 재개 과정에서 남북대화가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미 합의 발표문이나 북한과의 후속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빠져 있는 점은 한계다. 북한은 식량 지원의 내용과 시기는 미국과, UEP 중단 절차와 방법은 IAEA와 조율할 예정이다. 정부가 미국, IAEA와 긴밀하게 의견을 공유한다고 해도 당사자로 참여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에 경수로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전체 비용의 70%를 부담했지만 논의를 주도하지 못했고 사업이 중단되면서 2조원대의 빚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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