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치러지는 러시아 대선에는 5명의 후보가 나선다. 영국 BBC방송의 2월초 조사 자료를 보면 후보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이 45~52%의 지지율을 기록해 나머지 후보 4명을 합친 것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율만 놓고 볼 때 후보 4명은 푸틴과 비교해 존재감이 매우 떨어진다.
그러나 보리스 옐친 초대 대통령 때부터 대선에 출마한 제1야당 지도자와 세계 30대권의 재벌 등 이들 역시 만만치 않은 경력을 갖고 있다. 이들이 푸틴의 독주를 막기 위해 힘을 합치고 있는 만큼 1차 투표에서 푸틴의 과반 득표를 막을 경우 결선 투표에서 깜짝 쇼를 연출할 수도 있다.
군소 후보 가운데 푸틴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는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다. 주가노프는 1996년 러시아 대선에서 당시 재선을 노리던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게 도전했다가 석패하는 등 대선에만 네번째 나서는 베테랑 정치인이다. 그는 옐친과 푸틴 시대에 공산당을 중심으로 좌익세력을 지도하고 정권을 비판했다. 주가노프의 지지율은 8~11% 가량이다.
연방의회 하원 부의장 출신 블라디미르 지라놉스키 자유민주당 당수도 대선에만 다섯번째 출마하는 정치 고수다.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난 그는 강한 민족주의를 주창하고 위대한 소련제국 부활을 부르짖는다. 대선 후보 중 정책적 개성이 가장 뚜렷한 인물인데, 당선될 경우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제인 러시아를 의회 공화국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2008년 대선 득표율과 비슷한 8~9% 지지율에 갇혀 있는 것이 현실적 한계다.
지난해 말 총선에서 12.98% 득표율로 64석을 확보, 공산당에 이어 제2야당에 오른 중도좌파 성향 정의러시아당은 세르게이 미로노프 원내대표를 대선 후보로 내세웠다. 정의러시아당을 창당한 그는 대선후보 중 반푸틴 정서가 가장 강한 인물로, 총선 후 하원에서 여당인 통합러시아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반 크렘린 노선을 확고히 하고 있다. 대선 재수에 도전하는 그는 부정부패 척결과 지방자치단체장 직접선거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만 지지율은 4~5%대를 맴돈다.
가장 의외의 인물은 미하일 프로호로프다. 세계 서른 두번째 부자로 180억달러(약 2조2,000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이 미혼남은 미 프로농구(NBA) 뉴저지 네츠의 구단주인데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는지 대선에까지 뛰어들었다. 정부를 등에 업고 재산을 축적한 신흥재벌 올리가르히의 출마 소식에 시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야권 분열을 노린 푸틴의 기획설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자수성가했다는 사실을 집중 부각시켜 1%대였던 지지율을 5%대까지 끌어올렸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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