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국민연금은 미국 석유류 수송의 16%를 차지하는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에 1조2,30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자 국회 국정감사에서 "앞뒤 재지 않은 공격적인 투자로 대규모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로부터 불과 1년여 흐른 지금은 배당과 가치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하면서 이런 비판이 자취를 감췄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연 6%의 배당 수익을 내고 있고 특히 작년 말엔 캐나다 대형 연기금이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투자 가치도 급등했다.
국민연금의 해외 대체투자가 최근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체투자란 주식, 채권 등 전통적 금융상품이 아닌 부동산, 인프라 등에 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식 투자에서 큰 손실을 봤고, 채권에서도 이렇다 할 수익을 못 내는 상황에서 해외에서 공격적으로 사들인 부동산이나 인프라 등이 이들 분야의 부진을 만회하고 있는 것이다.
29일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작년 말 국민연금의 금융자산 운용액 348조원 중 채권에 투자한 금액이 239조원으로 68.7%, 그리고 주식 투자액이 82조원으로 23.5%에 달한다. 국내외 대체투자 금액은 27조원으로 7.8%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년 한 해만 놓고 보면 수익률 면에서 대체투자가 주식이나 채권을 압도한다. 작년 잠정 수익률이 10.22%, 특히 해외 대체투자는 12.03%의 고수익을 냈다. 막대한 손실(-9.46%)을 기록한 주식 부문은 물론이고 채권 부문 수익률(5.73%)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국민연금 해외 대체투자의 주력은 빌딩을 비롯한 부동산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헴슬리빌딩, 영국 HSBC타워, 호주 오로라 플레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을 비롯한 인프라 투자도 활발하다. 지분 12%를 사들인 영국 런던의 개트윅 공항의 경우 최근 8개월간 매출이 13% 증가하면서 또 다른 투자 성공사례로 평가된다. 그 결과 2011년 해외인프라 투자수익률은 무려 19%에 달했다. 비상장 해외 우량기업에도 손길을 뻗치고 있다. 2010년 1,400억원을 사모펀드 형식으로 투자한 미국 신장 투석 클리닉 체인인 리버티 다이알리시스는 연 20%에 달하는 투자수익률이 기대된다.
대체투자의 성공에 고무된 국민연금은 향후 투자액을 더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전광우 이사장은 작년 6월 뉴욕사무소를 개설하면서 "고래는 연못 속에 살 수도 없고 살아서도 안 된다. 이제 국민연금(NPS)을 '월가의 새로운 투자자'(New player on the Street)로 불러도 좋다"며 해외 대체투자에 강한 의욕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 노후자금을 담보로 국민연금이 공격적인 해외 투자에 나서는 데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해외 대체투자가 2년 연속 10%가 넘는 고수익을 내긴 했지만, 2009년에는 손실이 21%가 넘는 등 자칫하면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강병진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투자는 상품에 대한 정보가 아무래도 국내 투자보다 부족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투자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며 "제한된 정보를 감안하면 해외투자는 특히 신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대체자산은 유동성이 낮아 실시간 위험 관리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1, 2년 수익률이 잘 나온다고 투자액을 확대해선 곤란하며 적어도 5년 이상의 수익률을 본 다음 해외투자 비중을 늘릴지 여부를 고민해봐야 된다는 것이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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