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에 가동 중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가동을 잠정 중단하는 동시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유예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미국은 북한이 핵활동을 중단하는 대가로 식량(영양)을 지원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김정은 체제에서 처음 진행된 북미회담을 긍정 평가하고, 북한 역시 미국이 요구한 비핵화 사전조치를 실질적으로 수용해 한반도에 모처럼 대화 분위기가 예고되고 있다. ★관련기사 6면
북한과 미국은 2월 23, 2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진행된 3차 북미대화에서 합의된 결과를 29일 오후 11시 동시 발표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조미회담(북미회담)에 긍정적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회담 진행 기간 동안 핵실험. 장거리미사일 발사, 우라늄 농축활동을 임시 중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핵활동 중단 여부를 확인ㆍ감시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가 영변을 방문해 사찰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이후 2009년 4월 IAEA 사찰단을 추방한 바 있다.
북한 핵활동 중단의 대가로 북미 양측은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한 세부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회담을 조만간 열기로 했다. 미국은 북한에 우선 24만톤의 영양 식품을 제공하고 추가 식량 지원 여부를 계속 논의할 예정이다.
북한과 미국이 식량 지원과 핵활동 중단을 연계한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앞으로 양국 사이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화 모멘텀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고위 소식통은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남북 접촉을 비롯해 북핵 6자 회담 재개가 가능한 쪽으로 흐름이 잡히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합의를 발판으로 양국이 대북제재 해제 문제 등으로 논의 수준을 끌어올리게 될 가능성도 높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발표 직후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북한과 미국은 6자회담 재개시 대북제재 해제와 경수로 제공문제를 우선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이 대화 의지의 증표로 삼는 식량지원 방안에 대해 미국이 1년에 걸친 장기적 지원을 선호하고 있어 양국이 대화 국면에 본격 진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눌런드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남북대화가 6자 회담의 전제 조건이냐”는 질문에 “6자 회담 테이블로 돌아가려면 두 가지 요소가 있다”며 “하나는 북한이 6자 회담에서 약속한 의무사항을 이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과 건설적 대화를 지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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