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청계천 도보 점검 때 시 조례로 금지된 '투망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28일 오후 1시에 시작된 박 시장과 전문가 6인의 청계천 현장 답사에서 엄병권 전 한국민물고기 보존협회 부회장은 박 시장 앞에서 청계천에 투망을 던져 물고기를 잡았다. 그는 모전교와 광통교 사이, 광통교 아래와 수표교 앞에서 3번에 걸쳐 투망을 던졌고 박 시장은 2차례 그가 잡은 토종 물고기인 피래미와 참갈겨니를 살펴봤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일부는 눈살을 찌푸렸고 일부 어린이 관람객들은 신기해했다.
사업가이자 토종 민물고기 애호가인 엄 전 부회장은 "이날 행사를 주도한 최병성 목사의 부탁으로 물고기 잡이를 했다"며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이었던 때도 '뉴스에 나가려면 그림이 좋아야 한다'면서 모 방송국에서 요청이 들어와 이번처럼 고기를 잡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불법 투망 퍼포먼스를 기획한 것은 4대강 사업의 허상을 비판한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의 저자이자 기독교 환경운동연대 집행위원인 최병성 목사였다. 이날 박 시장 일행의 현장답사는 최 목사의 초청에 박 시장이 응해 이뤄진 것으로, 청계천에 대한 설명과 프로그램은 모두 최 목사가 기획했다. 서울시 하천관리과는 시장의 기본적인 동선 및 보안만을 담당했다. 최 목사는 "시장님께 청계천에서 나오는 민물고기를 좀 보여드리려고 예전부터 잘 알던 엄 전 부회장에게 부탁을 했다"며 "겨울이라 민물고기가 얼마 없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2005년 도입된 '청계천 이용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청계천에 발을 담그는 일조차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최 목사님이 전에는 청계천이 콘크리트 바닥이다 뭐다 해서 물고기가 없다고 하시더니 이번에는 물고기 잡이까지 하셨다"며 "콘크리트 바닥도 아닐 뿐더러 원래 청계천에는 민물고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박 시장은 이날 시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청계천시민위원회를 통해 역사성과 생태계 복원이라는 청계천 재수술의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방치된 유적을 잘 복원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수로기술을 자랑하는 청계천을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하천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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