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라면 접견 절대 금지다. (연락 끊긴) 부모를 찾아서 함께 오면 그 때는 허락해 주겠다."
한 사회봉사자 소개로 알게 된 학교폭력 가해자 김영태(가명ㆍ17)군을 만나기 위해 10일 방문했던 서울 송파구 오금동 성동구치소 관계자의 말이다. 봉사자가 부모 이혼 후 버려져 길거리를 전전하다 구치소까지 가게 된 영태를 만나 격려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결국 만날 수 없었다. 앞서 구치소 측에 연락해 "취재 목적이 아닌 접견은 절차를 밟을 필요 없다"는 공식 답변까지 들었지만 막상 현장 상황은 전혀 달랐던 것.
법무부 관계자는 28일 "재판 전인 미결수라고 할지라도 본인 사건 관련 취재만 금지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혹여 취재 목적으로 방문했더라도 무조건 막는 것은 과도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해당 시설 관계자는"취재 요청 공문을 보내도 우리(성동구치소)가 허가하지 않으면 그만이다"라고 버텼다.
헌법재판소가 재소자 발송 편지를 항상 열어서 제출하게 하는 행위를 위헌으로 결정하는 등 재소자의 기본권이 중시되는 분위기지만 구금시설은 여전히 교도관 멋대로였다. 인권단체와 재소자 가족들은 교정당국의 구시대적인 행태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형집행법(제41조)에 따르면 교정당국은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 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거나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을 때'만 수감자의 접견을 막을 수 있다.
구금시설에서 흔히 내거는'가족을 동행해야 면회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사실 법적 근거가 없다. 1950년 행형법(제17조) 제정 시 존재했던 조문이나 95년 법 개정 때 삭제됐기 때문이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구금시설 교도관이 접견 신청자와 구금자의 무지를 빌미로 눈속임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막상 접견을 하더라도 구금시설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도중에 중단되기 일쑤다. 지난해 말 서울구치소에서 용산참사 관련 철거 피해 수감자를 접견했던 구속노동자후원회 소속 이광철(41)씨는 구치소 측이 마이크 전원을 돌연 꺼버려 대화가 중단된 기억이 있다. 이씨는 "접견 시간이라고 해봐야 7~10분이 고작인데 구치소 중앙전산실에서 면회 내용을 검열하다가 구치소 생활 등을 물으면 마이크 전원을 꺼버리는 일이 잦다"며 "구금시설 내 수감자 인권침해 등 정보가 새나가는 것을 원천봉쇄 하려는 심산"이라고 꼬집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구금시설 접견 건수는 2009년 221만7,359건, 2010년 203만847건, 지난해 196만4,389건으로 평균 200만건에 달하지만 접견 거부 및 중지 관련 통계는 따로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소속 활동가 강성준씨는 "추상적인 형 집행법 접견 금지 규정 탓에 교도관의 재량권이 지나치게 넓다"며 "범죄자 이전에 국가에 인신이 구속된 취약자인 수감자들의 기본권인 접견권은 최대한 보장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변호사는 "법조문을 임의로 해석해 적용할 정도로 추상적이라면 위헌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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