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37)씨의 미국 아파트 매입 대금으로 13억원(미화 100만달러)이 밀반출됐다는 의혹과 관련, 검찰이 이 돈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일 가능성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는 28일 이와 관련해 박연차(67) 전 태광실업 회장을 최근 조사했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에 대한 조사는 "수사 초점은 정연씨가 아니라 100만 달러를 송금받은 아파트 주인의 외환 밀반입 의혹"이라고 밝혀온 검찰의 설명과 달리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별도로 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넨 금품이 더 있을 가능성도 살펴본다는 뜻이어서, 이번 수사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한층 증폭될 전망이다.
대검 관계자는 이날 "13억원과 관련해 지난 27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박 전 회장을 방문 조사했다"며 "2009년 수사에서 불거졌던 100만달러와 관련된 조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2009년 수사 당시 검찰은 박 전 회장이 2007년 6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100만달러가 정연씨의 미국 뉴저지주 허드슨클럽 아파트 매입에 사용됐는지 여부를 조사했으나,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이 부분을 내사종결 처리했다.
검찰은 정연씨가 2009년 초 제3자를 통해 미국 아파트 주인 경모(43ㆍ여)씨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3억원이 2007년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된 100만달러 외에 추가로 박 전 회장에게서 건네진 돈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번에 나온 100만달러는 내 돈이 아니다. 2009년에는 구속된 상태여서 돈을 건네는 게 불가능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미국 체류 중인 경씨에게 27일 밤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으로 "최대한 빨리 귀국해 조사에 응해 달라"고 소환을 통보했다. 미국 시민권자로 변호사인 경씨는 2009년 1월 정연씨에게 아파트 매매 잔금 100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대기업 계열사 최고경영자 출신인 경씨의 아버지도 대검 청사로 불러 면담 조사했다.
검찰은 경씨를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 통보했으나 조사 도중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가 인정될 경우 피의자로 입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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