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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기도범 이미 수감… 푸틴의 자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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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기도범 이미 수감… 푸틴의 자작극"

입력
2012.02.2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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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항상 모든 일은 푸틴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벌어질까.”(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목숨을 노린 암살범들이 체포된 것을 놓고 자작극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대선(3월 4일)을 며칠 앞둔 시점이 절묘했고, 암살범 신원과 체포 과정에서도 여러 의문점이 노출됐다는 것이다.

암살 기도를 푸틴 측의 자작극으로 보는 야권과 시민세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조로 체포된 암살범의 신원을 특히 문제삼고 있다. 반정부 성향의 온라인 매체들은 러시아 국영방송인 채널원에 출연해 암살 기도를 자백한 체첸 출신 용의자 아담 오스마예프가 이미 정치범 명단에 올라 있던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 발표처럼 그가 이번에 잡힌 것이 아니라 이미 당국에 수용돼 있었다는 얘기다.

푸틴 암살범 체포 과정을 현장에서 녹화해 상세히 방영한 채널 원의 보도 경위도 논란거리다. 채널원은 자료를 열흘 전에 입수했다고 밝혔는데, 왜 곧바로 보도하지 않고 지금에야 공개했는지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와의 사전 조율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인디펜던트는 용의자들의 암살 계획이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채널원의 보도에 따르면 체첸 반군 출신 용의자들은 “대선일에 맞춰 모스크바로 이동해 푸틴이 자주 다니는 길에 대전차용 지뢰를 매설하기로 했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삼엄한 경비를 자랑하는 푸틴의 경호시스템을 이 정도 계획으로 뚫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인디펜던트의 평가다.

4년 전 푸틴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고 총리로 나설 때도 비슷한 사건이 발각된 점을 들어 이번 역시 러시아 정보기관이 선거 때마다 테러를 국면전환 카드로 썼던 관행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00년 푸틴이 처음 대선에 출마했을 때 선거 전날 정보기관의 개입이 의심되는 아파트 연쇄폭발 사건이 발생했다.

푸틴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대 지도자 예브게니아 치리코바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이번 사건은 명백한 선거운동”이라며 “푸틴에게 여론을 집중시키기 위한 구경거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 러시아 작가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정부 발표를 믿는 척 해야 할 것 같다”며 “안 그러면 그들(푸틴 측)이 우리 집을 날려버릴 지도 모르니까”라는 자조섞인 글을 올렸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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