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체 비리가 좀처럼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적발된 군납비리 사례들을 보면 함포 레이더 등 전투장비에서부터 군납 식자재, 군화, 피복 등에 이르기까지 도무지 안심할 수 있는 분야가 없다. 급기야 병사의 생명과 직결되는 핵심장비까지 비리에 오염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불량 대테러 방호장비 비리는 아프가니스탄 파병부대에 납품되기 직전에 적발된 것만도 천만다행으로 여겨야 할 아찔한 사건이었다. 신뢰할 수 없는 저가의 중국제 부품을 사용함으로써 폭리를 취한 것도 문제거니와, 무엇보다 오작동으로 파병 병사들을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시킬 뻔 했다는 점에서 관련자들의 죄질은 극히 나쁘다.
비리가 터질 때마다 숱하게 반복해온 약속과 다짐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밝힌 사건 전모에서는 여전히 비리구조가 뿌리깊게 온존하는 사실이 확인된다. 특정 업자에 내부 기밀정보 유출→수의계약→불량장비 생산→ 성능테스트 묵인→불량장비 납품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단계마다 관련자들에 대한 금품 관리와 로비가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해당 업체가 공항 등 다른 기관에 납품한 대테러장비 25종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사건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지난해 노대래 방위사업청장 취임 이후 장비 획득의 투명성 확보를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로 내걸고 원가관리체계 개선, 청렴계약서 체결, 상호감시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해왔으나 빈번한 비리사건에서 드러나듯 별무 효과다. 물론 보안 유지, 제한된 수요 및 공급처 등으로 인한 독과점, 저수익구조 등 방위산업분야의 여러 문제를 모르는바 아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방산업의 특성상 근본적으로 한계를 감수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이번에도 드러났듯 방산비리의 핵심은 전ㆍ현직 군 관계자 및 방사청 내부인력과 업체와의 유착이다. 멀쩡한 영관장교 출신들이 병사들의 생명을 담보로 기밀을 누설하고 성능을 조작했다. 엄격한 내부감시와 정신교육, 부당이득 전액 환수를 포함한 강력한 처벌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는 유사한 비리의 재발을 막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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