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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오스카 5개 부문 수상 '휴고' 영화 개척자들에 바치는 노장 감독의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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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오스카 5개 부문 수상 '휴고' 영화 개척자들에 바치는 노장 감독의 헌사

입력
2012.02.2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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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창기 '달나라 여행' 등을 만든 공상과학영화의 개척자 조르주 멜리에스가 스크린 중심에 선다.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 등과 함께 무성영화 황금기를 이끌었던 희극 배우 해롤드 로이드의 활약상이 가끔 스크린을 장식한다.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20세기 초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려 했던 영화인들에게 경배를 바치려는 의사가 뚜렷하다. 감독은 마틴 스콜세지. '성난 황소' '택시 드라이버' 등으로 일찌감치 일가를 이룬 일흔 살 노장이다.

소재로 보나 감독의 이력을 보나 첨단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 보이는 영화. 하지만 아름다운 3D영상이 관객들의 눈을 유혹한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5관왕을 차지한 '아티스트'가 스크린을 흑백으로 채우고 대사를 없앤 역발상으로 관객을 맞이했다면, 아카데미상 11개 부문에 오르며 '아티스트'와 겨뤘던 '휴고'는 첨단을 껴안아 옛 것의 정서와 풍미를 북돋우려 한다. 요컨대 '휴고'는 '아티스트'와는 다른 차원에서 역설적인 영화인 셈이다.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파리역 시계탑에 기거하는 소년 휴고(아사 버터필드)가 주인공이다. 언제 고아원에 끌려갈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빵과 우유를 훔쳐 먹으며 하루하루를 지내는 그에게 유일한 위안은 고장 난 태엽 로봇이다. 아버지가 선물로 준 로봇을 고치면 새로운 삶의 희망이 솟아날 것이라 믿는 그에게 가슴이 메마른 노인 멜리에스(벤 킹슬리)가 나타나 그 꿈을 방해한다. 소년은 노인의 손녀 이사벨(클로에 모레츠)과 함께 로봇 고치기에 나서는데 생각지도 않은 모험에 빠져들며 노인의 정체를 알아가게 된다.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소년이 일상과 얽힌 수수께끼를 풀고 영화와도 같은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 잔잔하면서 아름답게 펼쳐진다. 철저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스크린에 환상의 세계를 빚어냈던 초기 영화인들의 열정은 꿈과 동의어로 통하곤 하는 영화의 정서적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한다. 영사기에 걸린 필름, 정겨운 소리와 함께 필름에 움직임을 부여하는 초창기 영사기, 미세 먼지를 헤집고 스크린에 투영되는 빛이 아련하기만 하다. 가족영화의 외피를 두른 '휴고'는 영화 초창기 흑백 무성영화에 바치는 3D영상 헌사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촬영상과 미술상, 음향편집상 등 기술 관련 5개 부문 상을 받았다. 어른들에겐 시시해 보일 수 있는 평면적인 이야기를 화려한 기술력에 기대 입체적으로 포장한 영화다. 29일 개봉, 전체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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