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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시진핑 인터뷰 정정보도한 까닭은

입력
2012.02.2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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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미국을 공식 방문한 13일 워싱턴포스트(WP)는 그와 인터뷰한 기사를 내보냈다. 지면 한 쪽의 반 이상이 인터뷰 기사에 할애됐고 인터넷 홈페이지의 관련 기사에는 '단독 인터뷰'란 부제까지 붙었다. 그러나 다음날 WP는 기사 내용이 거의 대부분 인터뷰가 아니었다면서 정정 기사를 내보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이 사건에 침묵하던 WP가 26일(현지시간) 옴부즈만 칼럼을 통해 내막을 공개했다.

WP는 워싱턴 방문을 앞둔 국가원수급 인사를 대상으로 인터뷰해온 관행에 따라 중국 정부에 시 부주석 인터뷰를 요청하고 인터뷰 질문지를 보냈다. 1년 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때도 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면 인터뷰 기사를 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에서 돌아온 것은 질문지에 대한 답변이 아니었다. 중국 정부는 WP의 질문을 필요에 따라 수정, 삭제 또는 추가하는 식으로 고친 뒤 이에 답하는 방식의 가짜 인터뷰 답변서를 보내왔다. 그 내용도 뉴스라기보다는 보도자료 또는 선전에 가까웠다. 중국 측은 "WP의 질문들을 수용할 수 없어 스스로 질문하고 답변한 것"이라며 "싫으면 게재하지 말라"고 최후 통첩을 했다. 외교적 수사로 채워진 답변서는 시 부주석의 방미 공식 발언이란 의미는 최소한 지니고 있었다.

WP는 고민 끝에 시 부주석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는 측면에서 중국 측이 자의로 만든 질문은 빼고 답변서만을 게재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막상 답변서가 신문에 실린 뒤 정식 인터뷰 기사라는 오해가 불거지면서 WP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게 드러났다. 이에 WP는 독자들을 호도한 것을 반성하는 뜻에서 정정기사를 내보냈다. 그 다음날인 15일 WP는 중국이 미국의 국제종교자유 특사 수전 존슨 쿡 목사의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는 중국 비판 기사를 머리기사로 실었다. 시 부주석 방미 중 나온 이 기사에 중국과 백악관이 화들짝 놀란 것은 당연했다. WP의 마커스 브로클리 편집인은 "중국(기사)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우리의 독립성은 신성 불가침"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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